전도를 위한 육화’(incarnation)

고전9:19~23

2018. 4/29. 11:00

죽음의 섬을 생명의 섬으로

하와이 군도(群島)에 몰로카이(Molokai)라는 섬이 있다. 일명 죽음의 섬이라고 부른다. 나병에 걸린 사람이 강제로 끌려와서 사는 나병환자의 유배지라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이다. 벨기에 출신의 젊은 신부 다미엔(Damien)은 하와이에서 선교활동을 하며 나병 때문에 부둣가에서 피눈물을 쏟으며 작별하는 환자와 가족의 모습을 자주 보았다. 이런 안타까운 광경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복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그는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자원하였다. 그는 섬으로 들어가 만나는 사람에게 자유와 평화,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사랑을 전했다.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매우 냉소적이었다. ‘당신 같이 건강한 사람이나 자유가 있고 평화가 있지, 우리와 같은 절망적인 환자에게 무슨 자유와 평화가 있을 수 있겠느냐?고 빈정댔다. ‘사랑의 하나님이시라면 어떻게 우리를 이렇게 비참하게 살게 하느냐?고 하나님을 원망했다. 그는 자신과 환자들 사이에 커다란 장벽을 느꼈고, 복음을 효과적으로 전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허물어야 했다. 그것은 단순히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동정하는 것을 넘어 그들과 같은 입장(처지)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도 나병환자가 되어야만 했다.

 

그래서 다미엔 신부는 자신도 나환자가 되게 해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하면서 나환자를 찾아가 피고름을 씻어주고,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그들과 함께 생활했다. 얼마 후, 그는 기도한대로 나병에 감염이 되었고그 때 그는 이렇게 기도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제 저도 저들과 같이 나병환자가 되었습니다. 이제 저도 저들과 같은 고통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저들도 알 것입니다. 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나병에 감염된 자신의 몸을 보여주며 외쳤다. ‘드디어 나도 당신들과 같은 환자가 되었소.그리고 그들에게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을 전했다. 비로소 그들은 다미엔 신부의 모습에 감동하여 마음을 열고 하나님의 사랑과 주님의 복음을 받아들여 섬 전체가 복음화 되었다. 그리하여 슬픔과 죽음의 섬 몰로카이는 환희와 생명의 섬으로 바뀌었다. 절망의 섬이 소망의 섬으로, 유배지가 지상낙원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한 사람의 희생적인 전도가 이런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이 복음의 능력, 전도의 영광이다.

 

되어주는 사람

인카네이션(Incarnation)이란 말이 있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사건을 지칭하는 신학적 표현이다. 이것을 복음전도에 적용하면 전도를 위한 인카네이션(육화)이 된다. 이는 주님께서 즐겨 사용하셨던 전도방법이다. 주님께서 이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인간의 몸으로 오신 것을 비롯하여 당시 유대종교 지도자들에게 세리와 창기의 친구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보살펴주셨다. 그들처럼 되어주신 것이다. 이것도 인카네이션이다. 그래서 성경은 주님을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시는 분’(4:15)이라고 했다. 우리처럼 시험도 당하시고 슬픔도 당하시고 고통도 당하시면서 우리와 같이 되어주신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얻기 위해서였다. 훗날 바울이 이와 같은 주님의 전도방법을 자신의 복음전도사역에 그대로 활용하였다. 본문이 바로 그것이다.

 

바울은 8장에서 우상 제물로 인하여 발생했던 문제에 대한 해결원칙을 제시했다. 그것은 강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자유를 양보해서 믿음 약한 사람이 넘어지지 않도록 사랑을 베풀어야한다는 것이었다(8:9). 이어서 9장은 자신이 이 원칙을 어떻게 실행했었는지에 대한 부연설명이다. 그리고 본문은 그 결론이다. 그 내용인즉, 자신은 무엇에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이지만 사람을 얻기 위해 유대인에게는 유대인과 같이 되고, 이방인에게는 이방인과 같이 되고, 약한 자에게는 약한 자와 같이 되었다는 것이다. 믿음이 연약한 사람을 세워주기 위해 믿음이 연약한 사람처럼 되어주고, 유대인을 구원하기 위해 유대인처럼 되어주고, 이방을 구원하기 위해 이방인처럼 되어주었다. 소위 복음전도를 위해 인카네이션한 것이다. 사랑은 되게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주는것이다. 그 사람을 나와 같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람처럼 되어주는 것,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주고, 처지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그 사람의 입장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사랑이다. 이러한 사랑으로 복음을 전할 때 효과적이다. 이 방법의 좋은 예가 앞에서 소개한 다미엔 신부다.

 

전도의 대원칙 

현대 선교학은 바울의 이 말에서 선교(복음전도)정책의 대원칙을 찾아냈다.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이방인에게는 이방인처럼!

약한 자에게는 약한 자처럼!

 

이것이야말로 효과적이고 탁월한 선교정책이라는 것이다. 사실 19세기까지만 해도 기독교 선교는 미개한 선교지 백성을 개화시키는 관점에서 이해되고 시행되었다. 그래서 선교사는 복음과 함께 자국의 문화를 선교지에 강요했다. 그들은 선교지의 문화가 미개하고 미신적이라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문화우월주의, 혹은 자기문화의 관점에서 다른 문화를 보는 자문화중심주의라고 한다. 문화우월주의 선교에서는 복음과 문화가 동일시된다. 그래서 복음과 함께 문화도 강요한다. 그러다보니 두 문화가 만나면서 충돌과 갈등이 생겼고, 그것은 복음에 대한 거부로 이어졌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힘이 동원되었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선교사를 제국주의 앞잡이로 인식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데 20세기에 들어와서는 문화우월주의보다 문화상대주의가 지지를 받게 되었다. 문화에는 우월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는 한 집단의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한 문화에 속한 사람이 다른 문화를 판단하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모든 문화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고,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화상대주의의 핵심이다. 본문은 문화에 대한 이런 시각을 강조하고 있다. 본문에서 유대인에게는 유대인과 같이 되었고, 이방인에게는 이방인과 같이 되었고, 약한 자에게는 약한 자와 같이 되었다는 것은 바울이 이미 효과적인 복음전도를 위해 문화상대주의(혹은 타문화중심주의)를 온전히 실천한 것이다.

 

올바른 의사소통은 내가 표현한 것을 상대방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이뤄진다. 그러려면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동일한 시스템 속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내가 표현한 것을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서로 다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엉뚱한 의미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전혀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충돌과 갈등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문화충격이라고 한다(개와 고양이, 수신호에 대한 것 등). 그러니 문화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복음을 전하면 복음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많은 오해와 왜곡이 일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문화를 완벽하게 습득하든지,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의 문화를 완벽하게 습득하든지 둘 중 하나다. 그러면 누가 먼저 습득해야 할까?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다. 한국학생이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려면 영어를 배워야 하고, 미국학생이 한국에서 공부를 하려면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 복음전도도 마찬가지다.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람이 복음을 받아들일 사람의 마음을 알고 이해하고 행동을 관찰하여 필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차별화가 아니라 동일화 

유대인에게는 유대인처럼, 헬라인에게는 헬라인처럼, 약한 자에게는 약한 자처럼 되는 것은 상대방과 동일화하는 것이다. 이것처럼 파워풀하게 상대방을 감동시키는 방법도 없다. 웃는 사람과는 함께 웃고, 우는 사람과는 함께 울어야 상대방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2천 전에 우리 주님이 사용하신 복음전도방법이었고, 바울의 복음전도정책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 있다. 차별화. 자신을 다른 사람과 차별화하는 것, 차별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별화로는 결코 사람을 얻을 수 없다. 차별화가 아니라 동일화가 사람을 얻게 한다. 나를 포기할 때 사람을 얻을 수 있다. 나를 내려놓고 상대방처럼 되어줄 때 그 사람을 얻을 수 있다. 바울은 버리기에 아까운 것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누구와 견주어도 분명하게 차별화가 되는 많은 장점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나 사람을 얻기 위해서, 한 영혼을 주님께로 인도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여겼다. 그래서 자신을 상대방과 동일화시켰다. 그에게 있어서 최고의 가치는 사람을 얻는 것(구원에 이르도록 사람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주님으로부터 받은 그의 사명이었다.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자기를 내려놓고 복음만을 가지고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라면 자유도 특권도 권리도 내려놓아야 한다. 상대방이 어떤 차별도 느끼지 않도록 철저하게 상대방과 같이 되어주어야 한다. 낚시로 말하면 밑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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