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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 약속된 말씀, ‘고난

5:10~12

2019. 3/3. 11:00

당근과 달걀과 커피

시집간 젊은 딸이 찾아와서 어머니에게 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이제 그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쉽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어머니는 딸을 꼭 안아주며 부엌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냄비 세 개에 물을 채우더니 첫 번째 냄비에는 당근을, 두 번째 냄비에는 달걀을, 세 번째 냄비에는 커피를 넣고 끓였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어머니는 불을 끄고 딸에게 조용히 말했다.


이 세 가지가 다 끓는 물이라는 어려움에 처하게 됐단다. 봐라! 이들은 각기 다르게 반응했다. 당근은 단단하고 강하고 단호했는데 끓는 물과 만난 다음에 부드러워지고 약해졌어. 달걀은 연약했다. 안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보호하지 못할 만큼 껍데기가 너무 얇다. 그렇지만 달걀은 꿇는 물을 견뎌내면서 그 속이 단단해졌지. 그런데 커피는 독특하다. 커피는 끓는 물에 들어간 다음 물을 이렇게 변화시켰다. 그것뿐이 아니지. 매혹적인 향기로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어머니가 딸에게 조용히 물었다.

 

힘든 일이 네 문을 두드릴 때 너는 어떻게 반응해야겠니? 당근이니, 달걀이니, 커피니?

 

잠언에 나온 르무엘 왕의 어머니처럼 참으로 지혜로운 어머니다. 사실 어려움이란 초대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과 같다. 청하지도 않았는데 불쑥 찾아오는 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한 것처럼 어려움을 좋아하는 사람 또한 없다. 때문에 어려움을 만나면 누구나 당황하고 힘들어 한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처럼 불쑥 찾아오는 불청객과 같은 어려움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태도에 따라 삶의 빛깔이 달라진다. 어떤 사람은 당근처럼 강한 듯 보였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물렁해지고, 어떤 사람은 달걀처럼 여리고 연약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려움으로 인하여 견고해지고, 어떤 사람은 커피처럼 자신을 의미 있게 변화시키는 기회로 삼아 주변을 향기롭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고 보면 어려움이란 어떤 사람에게는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기회가 되어 유익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고난이 복이다.

성경에는 어려움(고난)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성경에 등장한 믿음의 사람들 역시 고난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던 고난의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는 모르나 성경은 고난을 매우 적극적으로 말씀을 하고 있다. 본문도 그 중에 하나다. 본문은 산상수훈에 나온 팔복 중에 마지막 이다.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10).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경이 고난을 복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고난은 피해야 할 대상이지 복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전통종교의 중요한 역할이 인간사에 닥친 고통과 고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난에 대한 이와 같은 성경의 주장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때 어느 목사님이 고통에는 뜻이 있고, 고난은 위장된 축복이라고 주장하여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고난에 대한 매우 적극적인 표현이지만 성경의 주장에 비하면 훨씬 소극적이다.

 

본문은 고난에 대한 성도의 자세(태도)에 대한 주님의 말씀인데, 고난을 적극적인 자세로 맞이하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하면 기뻐하고 즐거워하라.”(12)는 것이다. 그러면서 고난에 대하여 이렇게 적극적인 태도를 가져야 할 이유를 두 가지로 말씀하고 있다. 하나는 (하늘에서의 상)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앞서 살았던 선지자의 모범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고난에는 반드시 하늘에서의 상()이 있는데, 전에 있던 선지자가 그 증인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현재()의 고난이 장래(천국)의 복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님은 천국이 그들의 것이다.’(10),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크다.’(12)고 하셨다. 이는 천국이라는 미래의 복을 크게 누리는 주인공이 된다는 뜻이다.

 

천국이 그들의 것이다.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이는 팔복의 첫 번째(3)와 마지막(10)에 약속된 복이다. 팔복의 앞과 뒤에 이 복을 위치하게 하여 천국시민의 삶을 보여주는 팔복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사실 천국이란 미래의 세계이고, 미래의 사건이다. 그런데 본문은 현재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다른 복은 모두 미래형). 이 현재형에는 현재적 의미와 선언적 의미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 주님을 위해 의로운 고난을 겪는 사람은 현실에서 천국을 누리는 사람이고, 장래에 반드시 천국의 복을 받게 된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특히 여기서 현재형은 우리가 지금 천국을 누리고 있고, 또한 천국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강조한다(성도의 정체성 강조). 지금 천국을 누리고 있는 사람이니까 천국의 주인공이니까 심령이 가난하여 경건한 삶에 대한 갈망과 거룩한 목마름을 갖게 되고, 또한 주님을 위하여 기꺼이 의로운 고난(핍박)을 받게 되는 것이다. 주님과 상관이 없고 천국과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핍박이 없다. 핍박은 마치 특권처럼 주님 안에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진 것이다. ‘주님 안에서 경건하게 살고자 하는 사람은 박해를 받으리라.’(딤후3:12). 그러므로 주님과 주님의 복음을 위한 의로운 고난은 주님 안에 있고 천국을 누리고 있고 천국의 주인공이라는 증거다. 그래서 많은 믿음의 사람들은 이 비밀을 알았기에 고난 받는 것을 자랑스럽고 기쁘게 여겼던 것이다(5:41). 주님께서 고난을 받을 때 기뻐하고 즐거워하라고 하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크다.

고난은 우리 안에 이미 천국이 있고 그 천국을 누리고 있다는 증거이면서 또한 장차 천국에서의 상()을 분명하게 보장한다. 그런데 주변에는 천국에서의 상을 부정하는 사람이 많다. 천국은 차별도 시기심도 위화감도 없는 완전히 평등한 곳인데, 차등상급이 주어진다면 과연 그곳을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그들은 반문한다. 천국에 가서도 차별이 존재한다면 천국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경에 이란 말은 모든 성도가 공평하게 받는 구원자체’, 또는 천국자체를 의미하지 성도가 각각 받는 차등상급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얼핏 듣기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 세상에서도 차별받고 서럽게 한평생을 살았는데 천국에 가서 또다시 차별을 받는다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람의 생각이지 성경의 생각은 아니다.

 

성경에는 에 대한 말씀이 많다. 본문만 해도 주님은 주님 때문에 욕먹고 핍박을 받을 때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크다.고 하셨다. 주님의 이 말씀의 대상은 구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아니라 이미 구원을 받은 제자들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μισθς)은 어떤 일에 대한 대가로 갚아주는 보상’(報償)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상을 모두가 동등하게 받는 구원(영생)이나 천국자체로 본다면 구원론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구원이 주님의 은혜가 아니라 우리의 행위로 얻는다는 행위구원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너희의 상이 크다.에서 크다’(πολυς)는 말은 원래 많다는 뜻이다. 많다는 것은 적다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상을 많이 받는 사람이 있고 적게 받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만약 주님께서 상을 구원자체’, 또는 천국자체로 생각하셨다면 많다고 말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 약속된 많은 상은 주님 때문에 욕먹고, 복음 때문에 핍박받을 때 주어지는 보상이다. 그리고 이런 상이 아니라면 바울도 굳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달려간다.’(3:14)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상의 내용이 무엇이냐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신학자 헤르만 바빙크(H. Bavinck)는 상을 영광에 있어서 차이라고 했다. ‘구원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다. 그러나 빛남과 영광에 있어서 차이가 있다.우리는 주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다 천국에 가지만, 각자 행한 일에 따라 하나님의 인정칭찬영광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이면 족하지 않을까?

 

고난은 영광에 대한 보증(保證)이다.

고난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한 사람을 소개하겠다. 사도 바울이다. 그는 요즘말로 스펙이 빵빵한 사람이었다(3:4~6).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배설물처럼 여기고(3:8), 그저 주님과 주님의 피 묻은 복음을 전하기 위해 세계를 누볐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고난을 겪었고(고후11:23~28), 그 고난의 흔적으로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그는 이 상처를 예수의 흔적’(6:17)이라고 자랑하였다. 흔적을 헬라어로 스티그마’(στίγμα)라고 하는데, ‘낙인혹은 오명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단어다. 그는 이 단어를 주님을 위해 당한 상처를 뜻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는 그가 주님을 위한 고난을 수치가 아니라 자랑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난을 주님의 소유가 되고, 천국백성이 되고, 천국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증표로 여긴 것이다. 또한 고난이 주님을 사랑한 증표로, 장래의 영광에 대한 보증으로 믿었다(8:18). 그래서 고난의 흔적을 부끄러운 상처가 아니라 훈장처럼 생각한 것이다. 이는 바울뿐만 아니라 모든 믿음의 사람이 그랬다(11:). 그들도 고난을 자랑으로, 상처를 훈장처럼 여겼다. 그래서 그들을 세상이 감당할 수 없는 사람’(:38)이라고 했다. 사실 주님을 위한 고난이 곧 주님께 기쁨이 되고, 영광이 되는 삶, 주님께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는 길이다. 고난은 우리가 이와 같은 삶을 살았다는 분명한 증거(흔적)이기 때문이다.

 

수요일(6)부터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며 따르는 사순절이 시작된다. 우리를 위한 주님의 고난을 묵상하면서 우리 또한 그 길을 기쁘고 즐겁게 따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주님께 기쁨이 되고, 영광이 되는 삶, 주님께 자랑스러운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현재는 물론 장래의 영광을 확실히 보장받는 기회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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