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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복이 약속된 말씀, ‘순종

15:16-21

2019. 3/10. 11:00

인생의 차이

들풀이나 나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만의 빛깔이 있다. 이것이 풀이나 나무를 보는 즐거움이다. 그러니 사람은 말할 것도 없이 나름의 독특한 삶의 빛깔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어떤 사람을 두고 삶의 차이, 혹은 인생의 차이를 말한다는 것은 쉽지 않는 일이다. 그런데 성경은 사람마다 영혼의 무게가 있다고 했다(5:27). 이 말씀은 인생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인생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누구에게 순종하느냐? 혹은 무엇에 헌신하느냐? 이에 따라 결정이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국 인간극장이란 프로그램에서 아픈 만큼 사랑한다.>는 주제로 박누가 선교사의 삶을 다섯 편(5부작)으로 나누어 보여주었다(2012). 후에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오지(奧地)를 다니면서 환자를 치료해주는 그는 췌장암수술과 두 번의 위암수술, 그리고 간경화에 당뇨판정까지 받아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중환자였다. 자신의 몸을 가누기도 어려울 만큼 쇠약해졌지만 병마와 싸우면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네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등 의료혜택이 없는 곳을 찾아다니며 의료선교를 펼쳤다. 병상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지 않고 죽는 순간까지 자신처럼 병마로 싸우며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이웃을 섬긴 것이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는지를 묻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아파보니까 아픈 이들의 고통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아픈 만큼 남을 더 사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습니다.내가 아파봤으니까 아픈 사람을 사랑할 수 있고, 아픈 만큼 남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신을 추스르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살신성인의 삶을 살고 있는 그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삶은 엄중한 것이다. 그래서 누구의 삶도 함부로 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하지만 박누가 선교사와 같은 사람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리라 확신한다. 주님을 위해,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사람을 주님께서 기뻐하실 것이 자명하게 때문이다(7:55,56). 어느 선교사가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저를 써주세요.그랬더니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를 더 써주라!우리가 어떻게 하나님을 쓸 수 있겠는가? 이는 우리를 통하여 일하시고 싶다는 하나님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하여 일하고 싶어 하신다. 그래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박누가 선교사를 통하여 위대한 일을 행하셨다. 그 비결은 그가 자신을 주님께 온전히 드려 순종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주님께서 우리를 통하여 일하시도록 하는 비결, 우리가 주님을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사용하는 비결은 우리를 온전히 드리는 순종에 있다. 본문은 뜻하지 않는 일에 자신을 드려 순종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 주인공은 구레네 사람 시몬(Simon of Cyrene)이다.

 

재수에 옴 붙은 날

구레네 시몬은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오르실 때 쓰러진 주님을 대신하여 강제로 십자가를 운반했던 사람이다(27:32, 15:21, 23:26). 그의 출생이나 나이 등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유대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던 알렉산드리아에서 서쪽으로 약 700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북아프리카 해안도시 구레네(Cyrene, 리비아 지역) 출신의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유대인의 규례에 따라 유월절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예루살렘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그곳에서 형장(刑場)으로 끌려가는 주님의 행렬을 보게 되었고, 운명적으로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로마법에 따르면, 로마병사에게는 어떤 일을 위해 주변에서 사람을 징발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십자가 형벌은 죄수가 자신이 달릴 십자가를 직접 지고 가야했다. 그래서 주님께서도 자신이 달릴 십자가를 친히 지고 가셨다. 그런데 밤새 당한 심문과 심한 고초 때문에 주님은 십자가를 이기지 못하고 자꾸 넘어지셨다. 그러자 로마병사가 주변에서 사람을 강제로 끌어다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게 했다. 그때 로마병사의 눈에 띄어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도록 끌려온 사람이 구레네 시몬이다. 정말 느닷없이 이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그 많은 구경꾼 중에서 재수없이 걸려든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로마의 위력(威力)에 아무런 항변도 못하고, 그렇다고 사형수에 대한 동정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그의 십자가를 대신 지게 되었다. 뜻도 없이 억지로 하게 된 일인데 결과적으로 그에게 복이 되었다. 얼떨결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 일이 주님을 위한 일이었고, 이 일로 복을 받게 되었다. 그러니 그는 재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굉장히 재주가 좋은 사람이다. 소위 순종의 복을 받은 것인데, 순종으로 그가 받은 복은 크게 두 가지다.

 

믿음의 복이다.

우선, 그는 믿음의 복을 받았다. 그것이 무슨 복이야?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복 중에 가장 큰 복은 주님을 믿는 것이다. 주님을 믿어 주님의 자녀가 되고, 영생을 얻고, 천국백성이 되는 것이 가장 큰 복이다. 구원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아무나 들어갈 수가 없다. 오직 믿음의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 믿음은 하나님의 은혜로 선택을 받은 사람에게만 선물로 주어진 것이다. 믿음이 선물이니까 복이고, 모든 신령한 복의 열쇠가 믿음이니까 최고의 복인 것이다.

 

구레네 시몬은 이 재수없는 순종의 사건을 통하여 믿음이라는 선물을 받았다. 물론 성경에 그가 주님을 믿게 된 배경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짊어진 사건이 계기가 되어 그가 주님을 믿었다고 추론할 수는 있다. 본문이 그 증거다. 파피아스(Papias)라는 교부가 있는데, 그에 의하면 마가는 그의 복음서를 로마에 있는 기독교 공동체에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본서를 마가복음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 공동체에는 알렉산더(Alexander) 루포(Rufus)라는 사람이 있었다. 마가는 구레네 시몬이 이들의 아버지라고 기록하고 있다. “알렉산더와 루포의 아비인 구레네 사람 시몬......”(21). 언제 이들이 구레네에서 로마로 이주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로마 기독교 공동체에서 훌륭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의 이런 훌륭한 신앙생활 배경에는 아버지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아무튼 시몬은 십자가 사건 후 회심하여 기독교인이 되었고 그의 아들들은 그 신앙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자녀의 복이다.

다음은, 신앙의 명가(名家)를 이루는 복을 받았다. 모든 부모에게 자녀는 부모 자신보다 우선이다. 그래서 맛있는 것 있으면 자녀에게 먹이려고 하고, 좋은 옷이 있으면 자녀에게 입히려고 하고, 좋은 것이 있으면 자녀에게 주려고 한다. 아마 입 안에 있는 것도 자식이 요구하면 뱉어줄 것이다. 나이 들어도 이런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본인보다 자식이 복 받아 잘 사는 것이 소원이고, 중요한 기도제목이다. 구레네 시몬은 뜻하지 않는 순종을 통해 자녀가 잘 되는, 그래서 신앙의 명가를 이루는 복을 받았다.

 

본문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본문은 구레네 시몬을 소개하면서 그의 두 아들 이름을 언급하였다. 이는 이 두 사람이 로마 기독교 공동체에 잘 알려진 사람이란 뜻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두 아들을 통해 그의 아버지를 소개한 것이다. 우리도 소개할 때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한다. 바울의 편지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주 안에서 택하심을 입은 루포와 그 어머니에게 문안하라. 그 어머니는 곧 내 어머니니라.”(16:13). 여기서 바울은 루포의 어머니(시몬의 아내)내 어머니라고 말하고 있다. 영적 어머니라는 뜻인데, 바울이 이렇게 부를 정도면 신앙의 깊이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로마의 첫 신학자 히폴리투스(Hippolytus)는 후일 루포가 테베지역의 감독으로 활동했다고 전한다. 이렇게 시몬의 가족이 성경에 소개되고 있는 점으로 그의 가정이 얼마나 뛰어난 신앙의 가문을 이뤘는지 알 수가 있다. 시몬의 뜻밖의 순종이 이러한 놀라운 복을 부른 것이다. 살다보면 원치 않는 일,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억지로 사랑하고, 억지로 용서하고, 억지로 참고, 억지로 돕고, 억지로 섬겨야 할 때가 있다. 억지로 무릎 꿇고, 억지로 교회 나오고, 억지로 전도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억지로라도 순종할 수 있기를 바란다. 순종에 대한 주님의 응답은 놀라운이다(왕하5:1~14, 5:1~11 참조).

 

자발적으로 즐겁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세상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다. 싫어도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것이 있고, 하고 싶어도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흔히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사람, 마음에 내켜야만 하는 사람은 어린 아이처럼 아직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다. 마음에 내키지 않지만 해야 하니까 억지로라도 하는 사람이 있다. 철이든 사람이다. 세상이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가고, 가정도 교회도 은혜롭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이런 사람들 때문이다. 힘들어서 때론 도망치고 싶고, 다 포기하고 싶고, 왜 이래야 하는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자기 자리를 지키면서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억지로라도 감당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구레네 시몬이 이에 좋은 본보기다. 강제로 끌려와서 하는 일인데 거기에 자원하는 마음이 있었겠는가? 여행지에서 뜻하지 않게 겪은 일인데 즐거웠겠는가? 그래도 그는 억지로라도 그 일을 감당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은 태도는 기왕 하는 것, 기왕 할 것이라면 억지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는 것이다(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과 즐겁게 하는 것은 다름). 이것이 최고의 태도다. 성경은 우리에게 이런 태도를 곳곳에서 요구하고 있다. 예배를 드리고, 예물을 드리고, 주님을 섬기는 일에 있어서 자원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즐겁게, 더 나아가 감사함으로 순종하는 것이다. 주님이 억지로 순종해도 이렇게 복을 주신 분이시라면 자발적으로 즐겁게, 감사함으로 순종하는 사람에게 얼마나 놀라운 복을 준비해 두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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