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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게 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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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게 살려면

5:15~21

2019. 6/16. 11:00

치명적인 유혹, 사이렌(siren)의 유래

사이렌(siren)이란 단어의 뜻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이 단어의 유래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물새 모양을 한 사이렌이란 요정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여기서 사이렌이란 단어가 유래했다. 이 요정들은 암초로 둘러싸인 사이레늄이란 섬에 살고 있으면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래로 지나가는 뱃사공을 유혹하여 암초에 좌초시켜 죽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 요정의 노래를 죽음의 노래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노래에 유혹되지 않고 그곳을 무사히 지나간 영웅이 있다.

 

그리스 고전오디세이의 주인공 오디세우스. 그는 10년에 거친 트로이와의 전쟁에서 트로이 목마라는 계책으로 그리스 연합군을 승리로 이끈 영웅이다. 오디세이는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중에 경험했던 이야기들인데, 거기에 사이렌 요정 이야기가 나온다. 지혜가 남다른 오디세우스는 사이렌이 살고 있는 섬을 지나가기 전에 모든 부하의 귀를 틀어막아 요정의 노래를 들을 수 없도록 했다. 그리고 쉬지 않고 앞을 향해 노를 젓도록 했다. 하지만 자신은 귀를 막지 않은 대신 기둥에다 몸을 단단히 묶도록 했다. 그 대단한 요정의 노래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섬을 지날 때 요정의 노래가 들렸고, 그의 마음을 미치게 했다. 그는 미친 듯이 부르짖으며 풀어달라고 외쳤고, 귀가 막힌 부하들은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노를 젓기만 하여 무사히 섬을 지나가게 되었다. 이곳을 성공적으로 지나간 또 한 사람이 있다. 시인이자 음악가인 오르페우스. 그의 수금(리라)연주 실력은 지하세계를 지배하는 하데스, 지하세계에 흐르는 스틱스 강의 늙은 뱃사공과 그의 개까지 감동시켰다고 한다. 현실세계는 물론 지하세계까지 감동을 줄 만큼 실력이 대단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와 같은 자신의 연주 실력을 발휘해서 이곳을 무사히 지나가게 되었다고 한다.

 

유혹을 벗어나려면

신화는 단순히 꾸며낸 옛 이야기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신화는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 가치관, 자연관, 인생관 등을 보여준다. 사이렌 요정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치명적인 유혹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유혹에 빠지면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이런 교훈은 충분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나아가서 이 이야기는 이 치명적인 유혹을 극복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오디세우스와 오르페우스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고대인이 나름 유혹에 대처하는 방법을 오디세우스와 오르페우스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처럼 유혹의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는 것이다. 흔히 눈과 귀를 유혹의 통로로 생각했다. 그래서 보는 것과 듣는 것을 제한하면 유혹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한 것이다. 금욕이나 금식, 고행, 절제생활, 현실도피와 같은 것들이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편으로 여긴 이유가 이 때문이다. 잘 아는 대로 이는 초기 기독교 공동체에서도 유행했던 방법이다. 유혹 없는 경건한 신앙생활을 위하여 금욕과 절제를 생활화하고, 유혹 많은 세상을 피하여 깊은 산속이나 동굴, 인적이 닿지 않는 사막 깊숙이 들어가 말씀묵상과 기도로 일생을 보낸 사람이 허다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높은 장대 위에서 평생 생활하기도 했다(이들을 가리켜 주상성자라 함). 이 모두가 치명적인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귀를 틀어막은 것과 같다.

 

두 번째는 오디세우스처럼 적극적으로 유혹과 맞서 싸우는 것이다. 이것이 그리스 신화에 나온 영웅의 공통점이다. 영웅은 현실의 유혹을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처럼 소극적으로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오디세우스처럼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는 사람, 그래서 그것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트로이 전쟁의 영웅)아킬레우스처럼 무모하게 덤비는 것이 아니라 오디세우스처럼 기지(機智)를 발휘하여(부하들의 귀를 막고, 자신을 기둥에 묶어둠) 싸우는 것이다. 교회사에서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유혹과 맞서 싸운 사람들이 많다. 종교개혁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민중신학, 남미에서 일어난 해방신학, 산업선교나 빈민선교가 여기에 해당된다. 특히 야고보의 주장은 이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정결하고 더러움이 없는 경건은 곧 고와와 과부를 그 환난 중에 돌보고 또 자기를 지켜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는 그것이니라.”(1:23). 그리고 세 번째는 오르페우스의 방법이다. 오르페우스는 문제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다. 앞의 두 방법처럼 원인을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요정의 노래에 두지 않고 자신의 내부의 문제로 인식했다. 그래서 오르페우스는 자신을 자신의 노래로 가득 채웠다. 그러고 나니 요정의 노래에 영향을 받지 않게 되었다. 안이 든든하면 밖이 아무리 요동을 처도 문제가 없는 법이다. 요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한 마음공부가 유행한 것이 이 때문이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지분(知分), 지지(知止), 지족(知足)의 마음을 갖기 위해서다. 이것이 없으니까 마음이 허튼 것에 빼앗겨 쉽게 유혹의 덫에 걸려든다는 것이다.

 

성령으로 충만하라!

성경은 위 세 가지 방법을 어느 정도 지지한다. 바울도 이와 같은 방법을 부분적으로 언급하고 있다(‘피하라!’ ‘싸우라!’ ‘자족하라!등등). 그래서 교회사에서 많은 신앙인이 이와 같은 방법을 추구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성경이 추구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 물론 견해에 따라 오르페우스 방법의 발전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차원이 다르다. 본문이 그것이다. 본문은 구원받은 성도가 추구해야 할 삶에 대한 말씀이다. 그 내용은 지혜 있는 자가 되라는 것을 비롯하여 주의 뜻을 이해하고, 술에 취하지 말고 대신 성령으로 충만하고,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이 모두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답게 살라!는 것이다. 구원 받은 성도답게, 하나님의 자녀답게, 천국 백성답게 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말씀이 하나의 말씀으로 수렴한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성령으로 충만하라!’(18)는 말씀이다. 성령으로 충만해야 지혜 있는 자가 되고, 성령으로 충만해야 주님의 뜻을 이해하는 자가 되고, 성령으로 충만해야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고 마음으로 주를 노래하고 찬송하며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며 서로 복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중에 어느 것 하나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이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던 사람이 바울이다. 7장에서 바울은 성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도 아닌데 계속 실패하는 자신에 절망한 나머지 이렇게 외쳤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24). 그러고 나서 이 절규에 대한 응답처럼 8장에서 이렇게 선포한다. “그러므로 이제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자에게는 결코 정죄함이 없나니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생명의 성령의 법이 죄와 사망의 법에서 너를 해방하였음이라.”(1,2). 이는 너무도 당연한 고백이다. 구원 이후의 삶을 인도하신 분이 성령이시기 때문이다. 구원 이후라도 성령의 도우심과 인도 없이는 단 한 발짝도 의미 있는 삶을 살 수가 없다. 그러니 우리에게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성령이다. 성령으로 충만해야 답게 사는 삶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성령이 우리에게 어떤 분이신지를 알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성령은 지혜와 지식의 영이시고, 우리를 진리 가운데로 인도하는 계시의 영이시다. 모든 유혹으로부터 보호할 뿐만 아니라 이기게 하신 분이 성령이고, 우리를 주님의 온전함에 이르도록 도우시는 분도 성령이다. 또한 성령은 마땅히 빌 바도 알지 못할 만큼 연약한 우리를 위해 대신 기도해주시고, 상처 입은 우리를 꼭 싸매주시고 회복시켜주시는 진정한 위로자시다. 그래서 바울은 본문에서 성도가 살아내야 할 삶의 중심에 성령을 두고, 성령으로 충만을 강조한 것이다.

 

성령충만이 답이다.

본문은 구조적으로도 성령을 중심에 두고 그 중요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수사적으로도 성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18b). 이 말씀은 현재, 수동태, 명령형으로 되어 있다. 현재형은 계속적 반복적인 의미를 갖는다. 성령충만은 일회적이고 일시적인 사건이 되어서는 안되고, 계속적이고 반복적인 사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성령으로 충만해야 한다. 그래야 성도다운 삶을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수동태다. 이는 성령충만의 주도권 문제다. 그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다는 뜻이다. 하나님이 주셔야 되는 것이지 우리가 힘쓰고 애쓴다고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소나무 뿌리 서너 개는 뽑아야 성령충만을 받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혀 성경적이지 않는 말이다. 우리의 간절함을 소중하게 보시는 하나님께서 그의 간절함을 귀하게 여기셔서 주신 것이지 소나무 뿌리를 몇 개 뽑았기 때문에 주신 것은 아니다. 성령충만은 우리의 노력이나 애씀 여부에 있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를 난처하게 만든 것이 있다. 명령형이다. 이런 경우에 명령형을 사용하면 심각한 모순이 발생한다. 주도권이 하나님께 있는 일을 두고 명령을 한 것은 모순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교리적으로 하나님의 주도권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래서 이 부분은 문법으로 해결해서는 안되고 수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명령형은 주로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발생했을 때 사용한다. 바울이 무식해서 이렇게 틀린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 교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을 알면서도 명령형을 사용한 것이다. 그 이유는 성도의 삶에서 성령충만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한 얼마나 시급한 일인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성경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명령형은 문법적 의미보다는 수사적인 의미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리를 떠나서 아무리 성도라고해도 무엇을 이루기에는 역부족인 무력한 존재다(3:10,12). 지혜 있는 자가 되고(15), 주의 뜻을 이해하라(17)고 하지만 이 또한 우리의 능력을 벗어나는 명령이다. 그만큼 지혜 있는 삶이 중요하고, 주님의 뜻을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런 삶을 가능하게 해주신 이가 성령이라는 것, 그러니 성령으로 충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성령으로 충만이 답이다. 성령으로 충만해야 성도다운 삶을 살 수가 있고, 성령으로 충만할 때 모든 아픔과 상처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다. 나아가서 아픈 사람들, 고픈 사람들, 힘든 사람들의 진정한 위로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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