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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박힌 못과 같은 말씀

12:11~12

2019. 10/27. 11:00(종교개혁기념주일)

우유부단함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범죄자와 상담하면서 다수의 악한 일이 우유부단함 때문에 생긴다.는 결론을 내렸다. 범죄자의 마음속에 분명 진실함, 선함이 있지만 악한 일을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애매한 태도 때문에 결국 악에 끌려 살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들은 진심으로 술도 끊고, 도박도 끊고, 바람도 안 피우고, 좋은 남편,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한다. 여러 번 무릎을 꿇고, 눈물로 용서도 빌고, 각서도 쓴다. 그러나 결국 그 상황이 되면 다시 우유부단하여 유혹에 넘어가길 반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족은 더 이상 그를 신뢰할 수 없고, 온전히 받아들이기가 어렵게 된다. 비록 마음으로는 용서하고 받아들이지만 참된 신뢰와 화해의 풍성한 삶으로 나아갈 수 없다. ‘작은 집을 짓고 농사를 지으며 사는 농부에서부터 위대한 예술가나 정치가에 이르기까지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결심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 사람들이다. 반면에 실패한 사람들은 항상 결심만 하고 만다.’(팻 맥라건).

 

하나님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일흔 번을 잘못했다고 고백하면 일흔 번 다 용서해 주시지만, 실제로 그 죄에서 떠나 돌아서지 않으면 약속하신 풍성한 복은 부어지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가 삶의 방향을 돌이켜 새로운 길로 걸어가기 시작할 때 열리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옛사람이 죽을수록, 죄로 물든 습관이 사라질수록, 죄의 세력이 죽어갈수록, 하나님의 은총은 커지고, 새사람은 강건해지고, 하나님의 꿈은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철저히 우리 안에 있는 죄를 죽이고, 단호하게 돌아서야 한다. 그래야 화해의 삶이 시작된다그렇다면 우리는 왜 단호하지 못하고 항상 우물쭈물 우유부단할까? 왜 결심만 하고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내 지를 못할까?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결심을 삶으로 살아낼 수 있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확신이 있고, 확신을 가지면 반드시 행동하게 된다. 우리에게 이런 확신을 주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말씀은 못(말뚝)이다.

지난 주일에 이어 오늘도 같은 본문으로 설교를 하려고 한다. 지난 주일에는 찌르는 채찍과 같은 말씀에 대해 은혜를 나눴는데, 이 시간에는 잘 박힌 못과 같은 말씀에 대하여 은혜를 나누려고 한다. 못이 느슨하게 박혔거나 못이 빠진 의자를 생각해보면 본문의 의미를 금방 알 수 있다. 못이 느슨하게 박혔거나 못이 빠진 의자는 흔들리고, 삐걱삐걱 소리가 나고, 그래서 앉아 있으면 불안하고, 급기야는 내려앉아 다칠 수도 있다. 반면 못이 잘 박힌 의자는 흔들리지도 삐걱대는 소리도 없고, 그래서 안심하고 앉을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에 붙잡히면 흔들리는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함, 삶을 불편하게 하는 소음이 제거되는 평안함, 그래서 우리의 삶에 모든 형통함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로 애매하고 우유부단한 삶의 태도를 갖도록 만드는 것은 자꾸 흔들리고 불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확고하고 평안하면 확신이 생기고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결심한 것을 삶으로 살아내게 된다. 그러면 말씀이 어떻게 확고함과 평안함, 그래서 형통함을 주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우선, 말씀이 우리의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걸이용 못혹은 천막의 말뚝을 뜻한다. 유목민은 한 곳에 정착하여 살지 않고 짐승과 함께 풀()과 물()을 따라 이곳저곳으로 이동을 하며 천막을 치고 산다. 잘 박힌 말뚝은 세찬 비바람에도 천막이 넘어지지 않도록 든든하게 지탱해준다. 벽에 잘 박힌 걸이용 못 역시 거기에 걸어놓은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잘 지탱해준다. 말씀이 그렇다. 지금 우리는 흔들리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가치관도 흔들리고, 신앙도 흔들리고, 신학도 흔들리고, 일상의 삶도 흔들리고, 철학도 신념도 마구 흔들리고 있다. 그래서 사람도 가정도 사회도 심지어 교회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렇게 흔들리는 세상에서 든든하게 서는 비결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말씀이 잘 박힌 말뚝처럼 우리의 심령에 깊이 뿌리를 내리면 그 말씀이 우리 삶을 든든하게 지탱해준다. 반석 위에 세운 집처럼 말이다. 반석 위에 세운 집은 어떤 시련과 시험의 비바람과 홍수와 눈보라가 몰아쳐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 반석이 그 집을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확고하고 평안하고 형통하게 된다.

 

다음으로, 말씀이 우리의 삶을 견고하게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어려서 소를 먹일 때 일이다. 소가 잘 먹는 풀이 많은 곳에 고삐를 길게 해서 말뚝을 박고 거기에 소를 매어두면 냇물에서 멱도 감고 물고기도 잡고 물 고동도 잡으며 맘껏 놀 수가 있었다. 그러다가 가끔 말뚝이 뽑혀 소가 남의 전답으로 들어가 곡식을 망쳐놓는 일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부모님과 이웃 사람들에게 혼이 났다. 왜 무릎을 꿇고 눈물로 빌고, 각서를 쓰고, 맹세도 하고, 결심도 하지만 상황이 되면 다시 돌아가 버린 것일까? 왜 결심만 하고 지키질 못할까? 말뚝이 약하거나 깊이 박히지 못해 자꾸 뽑히기 때문이다. 육체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과 같이 우리를 죄로 이끄는 것들은 말뚝을 쉽게 뽑아버리는 힘센 소와 같다. 경건하지 못한 습관이나 그 습관에 의해 길들여진 태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여전히 낭패를 당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힘센 황소와 같은 유혹에 우리의 말뚝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유혹에도 뽑히지 않는 견고한 말뚝이 필요하다.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견고한 말뚝이 삶의 고삐를 단단하게 붙잡고 있기 때문에 힘센 황소와 같은 유혹에도 안전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삶은 확고하고 평안하고 형통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씀이 우리의 삶을 친밀하게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못은 물체와 물체를 연결하거나 결합할 때 사용한다. 그래서 못을 박아 의자도 만들고, 탁자도 만들고, 가구도 만들고, 집도 만든다. 아무튼 각종 물건을 만든다. 그런데 못이 잘 박히지 않으면 연결에 문제가 생겨 완성된 물건을 망치게 된다. 마찬가지로 말씀은 우리와 주님 사이를 친밀하게 연결해준다. 말씀이신 주님께서 육체를 입고 우리를 찾아오셨다. 이것이 성탄사건, 곧 성육신 사건이다. 주님께서 이렇게 우리를 찾아오신 이유는 우리와 친밀해지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우리를 주님께로 이끌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 주님께서 말씀을 남기시고 다시 오셨던 곳으로 가셨다. 그러므로 우리를 주님께로 이끌기 위해 우리를 찾아오신 주님과 친밀해지는 법은 주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것이다. 말씀을 듣고 말씀을 읽고 말씀을 공부하고 말씀을 묵상하고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주님께 가까이, 주님과 더불어, 주님과 친밀하게 사는 비결이다. 말씀의 못으로 주님과 친밀하게 연결된 사람은 사단이 결코 넘볼 수가 없다. 말씀의 못이 잘 박히지 않은 틈으로 사단이 틈을 타 주님과의 관계를 어긋나게 만든다. 아담과 하와의 실패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다음은 성도와 성도 사이를 친밀하게 결합시켜준다. 가끔 성도 사이가 세상 동호회만도 못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사소한 문제로 등을 지고 돌아서서 교회를 떠나는 사람을 볼 때다. 그토록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예배도 드리고, 기도도 드리고, 찬양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며 친교와 교제를 나눴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말씀의 못이 아닌 다른 것으로 연결이 되었기 때문이다. 친교나 봉사, 프로그램, 조직 등으로 사람을 친밀하게 결합시킬 수 없다. 이런 것은 딱 풀에 지나지 않다. 그러니 사소한 일이나 충격에도 떨어지고 만다. 말씀이어야만 한다. 말씀의 못만이 성도 사이를 친밀하고 강력하게 연결시킬 수가 있다. 이와 같이 주님과, 그리고 그 주님을 믿는 지체와 친밀하게 연결되었으니 우리의 삶이 확고하고 평안하고 형통하게 된 것은 당연하다.

 

루터를 견고하게 세운 못(말뚝)

오늘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502주년이 되는 기념주일이다. 루터는 14831110, 독일의 아이스레벤(Eisleben)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부유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학을 공부하다 신학으로 급선회하여 비텐베르크의 어거스틴 수도원으로 들어가 수사가 되었다. 그는 고행자의 옷을 입고 수도원에서 엄격한 규율을 따르며 공부에 열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도서관에서 난생 처음으로 성경을 읽을 기회를 얻었다. 그 당시만 해도 성경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경을 있는 것은 특권이었다. 성경을 읽고 난 그는 하나님께 부적합한 자신의 죄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래서 죄를 없애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지만 용서의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한 번은 채찍으로 등과 허벅지를 피가 나도록 때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의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등의 살갗이 벗겨지도록 때려도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다 151011월 요한 나딘(Johnn Nathin)이라는 동료 수사와 함께 알프스를 넘어 1500가 넘는 로마까지 도보순례를 했다. 로마에 도착한 그는 로마 라테란 성당(Lateran Church) 맞은편에 있는 일명 빌라도의 계단이라고 부르는 28개의 성()계단(ScalaSancta)을 무릎으로 기어오르면서 각 계단에 입을 맞추며 주기도문을 외웠다. 하지만 이런 고행을 통해서도 죄 용서와 구원의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그는 다시 비텐베르크로 돌아와 이곳에서 로마서를 깊이 묵상하던 중에 자신의 모든 두려움을 떨쳐낼 말씀을 발견했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믿는 자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라. 먼저는 유대인에게요, 그리고 헬라인에게로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의인은 오직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1:16~17).

 

한 마디로 이 말씀이 말뚝()처럼 루터의 마음에 견고하게 박힌 것이다. 그의 인생을 든든하게 지탱해주고, 견고하게 붙잡아주고, 주님과 친밀하게 연결해주는 잘 박힌 못(말뚝)과 같은 말씀이 된 것이다. 이때 비로소 루터는 바른 행위를 통해서 의롭게 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의로워지며, 의로워짐으로써 선한 일을 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리를 깨달은 루터는 드디어 마음에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발견하였고, 자신이 깨달은 이 진리를 행동으로 실천할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그 실천이 종교개혁이었다. 이것이 잘 박힌 못과 같은 말씀을 경험한 사람의 모습이다.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말씀에 대한 경험이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우리의 삶이 확고하고 평안하고 형통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루터처럼 말씀에 대한 간절함, 절실함, 사모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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