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을 본받아, '해결자'

2:1~11

2018. 6/24. 11:00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어느 글에서 본 것인데, 나폴레옹이 자신의 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 키는 땅에서부터 재면 가장 작으나 하늘에서부터 재면 가장 크다.자신의 작은 키에 대한 나폴레옹의 태도다. 땅에서부터 키를 재니까 자신의 키가 작은 것이지 하늘로부터 잰다면 자신의 키가 가장 크다는 것이다. 이렇게 고정관념을 뒤집어 버리는 것, 곧 같은 문제를 전혀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본 것이다.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단순한 말 같지만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를 잘 보여준다. 같은 문제라도 어떤 태도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똑 같은 바람이라도 마주 대하면 역풍(逆風)이고, 돌아서면 순풍(順風)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 어떤 사람은 위기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기회라고 말한다. 이렇게 평가나 해석이 달라지고, 의미가 달라진다. 문제를 바라보는 태도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제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문제이고,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문제다.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다. 첫째는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가리켜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라고 한다. 둘째는 문제를 애써 덮으려고 하고 무시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이미 발생한 문제가 무시한다고 무시되거나 덮으려한다고 덮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를 더 키워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셋째는 문제를 보면 당황하여 어떤 시도도 하지 않고 그저 고민만 하고, 걱정만 하고, 심지어는 탓만 하는 사람이다. 넷째는 문제를 발견하면 그것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흔히 사람들은 이 사람 또한 문제를 만드는 사람처럼 트러블 메이커로 생각한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 가만두면 그대로 사라질 수 있는데, 괜히 드러내어 문제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은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이 모든 것 또한 문제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

본문에는 문제를 드러내는 사람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두 부류가 나온다. 전자는 예수님의 모친 마리아이고, 후자는 예수님이시다. 요한에 따르면,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인 본문은 주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사건이다. 이는 제자들과 주님의 말씀에 순종한 몇 명의 하인만 아는 비공개적인 사건으로, 이 일로 제자들이 주님이 그리스도이신 것을 믿게 되었다(11). 아울러 이 사건은 주님이 빛깔도 향기도 맛도 없는 물과 같은 존재를 매혹적인 빛깔, 달콤한 향과 맛, 그래서 사람을 기분좋게 만드는 포도주와 같은 존재로 변화시키시는 분이심을 보여준다. 물이 포도주가 되듯 완전히 새로운 존재로 우리를 변화시키시는 분이 주님이시라는 것이다. 또한 당시 우리 기독교가 유대교와 갈등관계에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맹물과 같은 유대교에 비하여 빛깔과 향과 맛을 가진 포도주와 같은 우리 기독교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갈릴리 가나에서 주님의 친척 혼인잔치가 있었는데, 주님과 주님의 모친 마리아도 초대를 받았다. 그런데 잔치 중간에 잔치에서 가장 중요한 포도주가 떨어졌다. 이스라엘의 혼인잔치는 거의 1주일 정도 계속되기 때문에 잔치 중간에 포도주가 떨어진 경우가 자주 발생하여 주인을 난처하게 만들었다. 바로 그 난처한 일이 주님께서 초대받은 혼인잔치 집에서도 일어났다. 행복을 꿈꾸며 출발한 이 새 가정이 출발부터 문제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혼인잔치의 주인공인 신랑신부는 물론이고, 잔치집의 주인도, 잔치를 총괄하고 있는 연회장도 모두 잔치에 취해서 포도주가 떨어진 줄을 몰랐다. 오직 마리아만 이 사실을 알아챘다. 그리고 주님께 포도주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문제를 알아차리고 그것을 해결하도록 드러낸 것이다. 그래서 위기를 극복하게 되었다. 여기서 마리아가 아무도 몰랐던 일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해결하고자 주님 앞에 드러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깨어 있는 사람이 문제를 알아차릴 수 있고, 공동체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 본문에서 마리아가 좋은 본보기다. 그리고 누구를 찾아가야 문제를 해결 받을 수 있는지를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문제를 드러내놓고도 해결받지 못하고 더 고통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분

주님은 마리아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지 않으셨다. 사실 이것이 더 큰 문제다. 문제를 가지고 주님께 갔는데, 주님께서 반응을 하시지 않거나 거절하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문제를 드러내도 해결의 길이 없다. 마리아가 이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주님께서 마리아의 요청에 (포도주가 떨어진 것이)‘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면서 아직 때가 이르지 않았다’(4)며 거절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말 중요한 것은 5절에 나온 마리아의 태도다. 주님께서 이렇게 거절하셨음에도 마리아는 하인들에게 지시한다.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해결(응답)은 주님의 몫이니까 주님께 맡기고, 자신이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이것이 기도자의 자세다. 우리가 기도하지 않는 이유, 기도하다가 낙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응답은 전적으로 주님의 몫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 그리고 스스로 결과를 예단(豫斷)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할 일은 결과를 예단하는 것이 아니라 응답에 대한 결과는 주님께 맡기고 기도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금 전까지 마리아의 요청을 거절하신 주님이 그 요청을 들어주셨다는 점이다(7,8). 주님의 마음이 이렇게 바뀐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마리아의 태도가 크게 작용하였다. 한 마디로 주님을 감동시킨 믿음의 태도다. 문제를 주님께 드러냈다는 것은 주님께서 그 문제를 해결해 주실 분으로 믿었다는 것이고, 주님의 거절에도 하인들에게 당부를 한 것은 처분을 전적으로 주님께 맡기는 것이고, 그러면서 자신이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그래서 주님은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주셨고, 이 일로 위기에 처한 신랑이 도리어 크게 칭찬을 받았다(10). 주님은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분이시고, 정작 자신은 감추고 다른 사람이 드러나고 다른 사람이 칭찬을 받도록 하시는 분이시다. 이것이 주님 사역의 특징이다. 살면서 위기는 누구에게나 오고, 누구나 크고 작은 문제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그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문제를 도리어 나를 드러나게 하는 디딤돌로 만들 수 있는 비결이 있다. 그것은 주님을 모시는 것이다. 그리고 마리아처럼 그 문제를 주님께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주님이 함께 하시면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님은 모든 문제의 해결자이시기 때문이다.

 

결핍, 인생의 현주소

본문에 우리 인생을 잘 반영해 주는 한 마디가 있다. “포도주가 떨어진지라......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3). 가장 행복하고 풍성한 혼인잔치에 잔치의 분위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결핍이 도사리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행복한 우리 인생의 배후에도 그림자처럼 늘 결핍이 따라다니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돈이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직장이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건강이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좋은 이웃이 없고, 어떤 사람에게는 함께 할 사람이 없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힘도, 지혜도 없다. 안식도 없고, 평안도 없고, 행복도 없고, 시간도 없다. 늘 이렇게 무언가에 모자라고 부족하여 아우성을 치는 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모든 인생의 문제는 모자라고 부족한 것 때문에 생긴다. 결국 이것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 /불행이 결정된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해결자이신 주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점이다. 그리고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모자란지도 다 아신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를 있는 그대로 주님께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그 결핍이 도리어 탁월함에 이르는 보약이 되고, 탁월함의 발사대가 될 것이다. 아울러 주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우리는 어디에 있든, 누구를 만나든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문제를 회피하거나 문제에 매몰이 되어 염려하고 걱정하는 소극적인 사람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문제를 드러내어 해결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문제라면 마리아처럼 그 문제를 주님 앞에 드러내어 해결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주변이 돋보이고, 주변 사람을 빛나게 만드는 좋은 배경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나를 만나는 사람마다 나를 통하여 행복해지고, 자존감이 회복이 되고, 기쁨을 되찾고, 삶의 의욕이 솟아나고, 위로와 평안이 경험되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닮은 성도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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