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로 하라!

요2:1~11

2016. 8/7. 11:00

네 아버지 맞아?

어느 교회 장로님이 소천을 했다. 친분이 깊은 목사님이 장례식에 참석하여 추도사를 하게 되었다. 목사님은 고인이 사회에서는 부지런하고 정직했으며, 교회에서는 충성스러웠고, 아내에게는 다정하고 헌신적이었으며, 자녀들에게는 자상하고 따뜻한 분이었다고 길게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앞자리에 앉은 미망인이 아니라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미망인이 자신의 추도사를 만족스럽지 못하게 여기고 있다고 생각한 목사님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찬사를 동원하여 고인이 얼마나 훌륭한 사회인이었고, 얼마나 모범적인 신앙인이었고 남편이었고 아버지였는지를 입에 침을 튀겨가며 추모사를 이어나갔다. 그러자 계속하여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어 대기만 하던 미망인이 옆에 앉아있는 아들에게 속삭였다. ‘얘야, 관에 누워있는 사람이 네 아버지인지 확인해봐라!

 

이 유머는 신자의 이중성을 꼬집고 있다. 밖에서는 인정을 받지만 집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 신자들 중에, 특히 장로님이나 목회자들 중에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간혹 있다. 교회에서는 충성스럽고 겸손하고 너그럽고 경건한데 집에만 들어오면 폭군처럼 군림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어떤 자녀는 교회와 가정에서 너무 다른 부모의 이중성에 상처를 받아 신앙생활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모쪼록 우리의 삶이, 우리 자녀들과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교회에서나 가정에서도 한결같을 수 있기를 바란다. 어떤 칭찬이나 찬사에도 어울릴 만큼 철저하게 변화된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본문은 우리에게 이런 삶을 기대하도록 해주는 말씀이다.

 

주님은 어떤 분이신가?

본문은 복음서 중에서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그것도 요한복음에 나온 7개의 기적 중에 가장 먼저 나온 것이다. 복음서에는 주님께서 행하신 많은 기적이 나온다. 그런데 요한복음은 그 중에서 7가지만 소개하고 있고, 그것도 다른 복음서(공관복음)에 나오지 않는 것만 취급하고 있다(단, 오병이어와 바다위로 걸으신 기적은 제외). 공관복음은 기적을 중심으로 예수님이 누구신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요한복음은 기적이후 긴 설교가 나온다. 기적자체보다 이어 나오는 설교를 위한 예화처럼 기적을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요한복음은 기적을 ‘표적’(σημειον/sign)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반면 공관복음에서는 기적‘δύναμις/miracle’이라고 표현). 그런데 본문은 공관복음의 기적들처럼 사건만 기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 본문은 공관복음처럼 해석해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본 설교는 공관복음의 관점에서 해석).

 

본문은 주님께서 주님과 인척관계에 있는, 갈릴리 가나에 사는 어떤 사람의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아, 그곳에서 일어난 일이다. 당시 유대인은 혼인잔치를 일주일 동안 했는데, 잔치가 오래 진행되다보니 잔치 중간에 포도주가 떨어지는 일이 왕왕 있어 혼주를 당황스럽게 했다. 이런 일이 주님께서 초대받은 이 혼인잔치에서도 일어났다. 그런데 주님께서 이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 주신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은 제자들과 관계자 몇 사람만 알고, 심지어 잔치를 총괄하고 있는 연회장도 신랑도 혼주도 모르게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 일로 제자들이 주님이 어떤 분이지 알게 되었고, 또한 믿게 되었다(11). 저자는 우리에게 예수님이 이런 분이라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 문제의 해결자

사람은 누구나 매일이 잔칫날처럼 기쁘고, 자기 가정과 교회가 잔칫집처럼 기쁜 곳이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바램 일 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는 포도주가 ‘떨어졌기’ 때문이다(3a). 포도주는 잔치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메뉴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것이 잔치 중간에 떨어져버린 것이다. 이것은 잔치의 기쁨을 망칠 수 있는 사건의 전주곡이고, 참으로 난감하고 당황스러운 문제다. 그런데 주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들어주심으로 잔치의 기쁨을 회복시켜주셨다. 직면한 문제가 주님을 통하여 해결된 것이다. 그러므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님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주님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것은 마리아처럼 문제의 상황을 주님께 말하는 것이다. “예수의 어머니가 예수에게 이르되 저들에게 포도주가 없다 하니”(3b).

 

여기서 우리는 마리아의 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포도주가 떨어진 것을 혼인잔치를 배설한 혼주나 잔치를 총괄하고 있는 연회장에게 말하지 않고, 손님으로 참석한 주님께 말했다고 점이다. 이는 이 사건이 단순히 포도주가 떨어진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포도주가 떨어졌다는 것은 인생에 대한 결핍을 의미한다. 인간은 늘 결핍 속에서 살고 있다. 건강에 대한 결핍, 사랑에 대한 결핍, 물질에 대한 결핍, 성공의 결핍, 명예의 결핍, 욕망의 결핍........그래서 잔칫집처럼 기쁘고 즐겁고 행복해야 할 우리 인생에 먹구름이 늘 짙게 덮여있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혹은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있을까? 그것은 마리아처럼 주님께 우리의 문제를 모두 말하는 것이다. 즉 기도하는 것이다(빌4:7). 기도가 해결자이신 주님을 움직이는 비결이다. 주님이 움직이시면 우리의 문제도 해결이 되는 것이다.

 

2. 되게 하시는 분

흔히 오늘날을 자기 ‘피알(PR)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마다 자기를 효과적으로 잘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특히 취업현장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절실하다. 그래서 외모를 고치고, 특별한 스펙을 쌓기도 한다. 그런데 주님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애써 알리지 않으시려고 하셨다. 본문의 사건만 해도 그렇다. 물로 포도주를 만든 엄청난 기적을 일으켜 난처한 문제를 해결해놓고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셨다. 대신 그 공이 고스란히 신랑에게 돌아가도록 하셨다. 신랑이 칭찬을 받게 하셨고, 신랑은 영문도 모르고 칭찬을 받았다(9,10).

 

한 번 상상을 해보라! 만약 주님께서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기적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혼인잔치는 포도주가 떨어진 것보다 훨씬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마땅히 혼인잔치에서 주인공이 되어야 할 신랑(신부)은 그 설자리를 잃었을 것이고, 그(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모든 사람의 관심이 주님께 집중될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님은 자신을 숨기고 신랑을 드러나게 하신 것이다. 신랑이 칭찬을 받게 하신 것이다. 다른 사람을 칭찬받게 하고, 다른 사람을 잘되게 하는 것이 주님 사역의 특징이다. 주님은 중심을 자신에게 두지 않고 항상 다른 사람에게 두었다. 우리가 주님을 믿고 따를 때 잘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3. 변화시켜주시는 분

주님은 하인들에게 유대인의 정결예식을 위해 놓아둔 돌 항아리 여섯 개에 물을 아귀까지 채우도록 하셨다. 유대인은 밖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손발을 씻고 안으로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그 지역이 건조해서 먼지가 많아 위생상 그렇게 하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의 모든 집에는 손발을 씻을 수 있는 허드렛물을 담아둔 항아리가 있었다. 본문은 바로 그 항아리를 말한 것이다. 주님은 허드렛물로 사용하는 그 항아리들을 물로 채우도록 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 물을 연회장에게 떠다주도록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그 물이 포도주로 변한 것이다.

 

허드렛물이 포도주로 변한 이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 변화는 물에 있는 것도, 물을 담은 돌 항아리에 있는 것도, 물을 항아리에 채운 하인들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오직 주님께 있다. 주님께서 향기도 맛도 색깔도 없는 허드렛물과 같은 존재를 아름다운 향기, 달콤한 맛, 고운 빛깔을 가진 최상의 포도주와 같은 존재로 변화시킨 것이다. 그렇다. 주님은 우리의 존재를 향기롭게 맛있게 아름답게 변화시키시는 분이시다. 이것은 개선이 아니다. 물(H2O)이 포도주(C2H5OH)로 바뀐 것처럼 존재자체를 바꾼 것이다. 죄인을 의인되게 하시고, 마귀의 자녀를 하나님의 자녀, 천국의 백성이 되게 하시고, 진노의 자녀를 축복의 자녀가 되게 하시고, 왕 같은 제사장이 되게 하신 분이시다.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본문은 주님이 하시는 일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주님은 사람을 통해서 일한다. 물론 직접하시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을 통해서 하신다. 분문도 그렇다. 하인들을 통해서 기적을 행하셨다. 또한 순종하는 사람을 통해서 일을 하신다. 주님은 문제를 알려준 마리아를 통해서도, 항상 주님과 함께 다니는 제자들을 통해서도, 잔치를 총괄하는 연회장을 통해서도, 잔치의 주인공 신랑을 통해서도, 이 잔치를 배설한 혼주를 통해서도 이 기적을 행하지 않으셨다. 본문에 그 이름도 없는 하인들을 통해서 이 기적을 행하셨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묵묵히 순종했던 하인들을 통해서 이 놀라운 기적을 행하신 것이다. 그리고 순종했던 이들이 가장 먼저 주님의 기적을 경험하게 되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름도 빛도 없이 묵묵히 순종하는 이들을 통해서 주님은 일하신다.

 

하인들이라고 왜 생각이 없겠는가? ‘돌 항아리에 허드렛물을 채우는 것과 포도주가 떨어진 것이 무슨 상관이야!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이런 일을 시킨 이유가 뭐야!........’ 아마 별 생각이 다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5)는 마리아의 분부대로 주님의 말씀에 순종했다. 주님께서 물을 아귀까지 채우라고 하시니까 채웠고, 그것을 연회장에게 갖다 주라고 하시니까 갖다 주었다. 그 결과 이런 기적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주님은 사람을 통해서 일하신다. 특히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을 통해서 일하신다. 저와 여러분이 주님의 일에 귀하게 쓰임 받기를 바란다. 그러면 인생의 얽힌 문제들을 해결 받는 기적, 모든 것이 잘되는 기적, 물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너희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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