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유와 같은 교회

눅2:12

2017. 1/1. 11:00(신년주일, 개당기념주일)

한 목동의 가슴앓이

정채봉 작가의 「내 가슴속 램프」라는 책에 나온 이야기다. 가슴앓이를 한 목동이 있었다. 자기 양이 새끼를 두 마리 낳을 때 세 마리씩 낳는 이웃 때문에 가슴앓이를 했다. 온갖 술수로 자기보다 훨씬 더 잘 살아가는 이웃 때문에 가슴앓이가 더 심해졌다. 의원을 찾아가 약도 써보았으나 백약이 무효였다. 어느 날, 물을 찾는 나그네를 만나 양젖을 한 사발 대접하자 그는 청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었다.

거룩한 아이를 맞이하십시오.

언제, 어디서 맞습니까?

하늘에 영광이 가득할 때, 평화의 구유에서.......이 말을 남기고 나그네는 사라졌다. 어느 추운 밤, 들에서 양을 지키고 있는데 별 하나가 남쪽으로 떨어졌다. 목동은 별이 떨어진 곳을 향해 물을 건너고 재를 넘어 달렸다. 그런데 문득 발 뿌리에 차이는 것을 발견했다. 목이 말라 쓰러진 나그네였다.

나를 좀 도와주시오.

나는 지금 바쁩니다. 거룩한 아이를 맞으러 가야 합니다.

그냥 가면 나는 죽습니다. 제발 나를 도와주시오.

망설이던 목동은 자기 외투를 벗어 나그네를 덮어주고 옆구리에 찬 통을 열어 우유를 먹였다. 우유를 마시던 나그네가 순간 천사로 변하더니 말했다.

사랑하는 목동아, 일어나 거룩한 아이를 맞으라.

거룩한 아이가 어디에 있습니까?

지금 네 마음에 태어나셨느니라.

순간 목동의 가슴앓이는 씻은 듯이 나았다.

 

작가는 이야기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한다. ‘천리 먼 곳에 백 번 천 번 거룩한 아이가 태어나면 무엇 하냐. 한 번이라도 네 깨끗한 마음을 구유로 청하여 태어난 거룩한 아기가 소중한 것이다.’ 성탄절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우리는 잘 보냈다. 그런데 작가의 말이 자꾸 마음에 맴돌았다. 성탄절을 백 번 천 번 맞으면 무엇 하겠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 마음이 베들레헴 어느 마구간 구유처럼 진정으로 예수님을 모시는 것이다. 그래서 그 주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은 교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외관이 화려하고 웅장해도, 사람들이 아무리 많이 모이고, 세련된 예배와 축제가 끊임없이 진행이 되어도 주님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주님이 함께 하셔야 영광스러운 주님의 보좌가 된다. 성탄절을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특히 또 한 번의 교회개당기념일을 맞으면서 이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정말 우리 교회가 주님을 품은 구유와 같은 교회이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이 말씀을 준비했다.

 

주님을 품은 구유

인간은 하나님의 파트너이다. 구원의 역사는 하나님의 부르심과 인간의 응답으로 엮어진다. 그런데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하나님은 보잘 것 없는 도구를 통해서 큰 역사를 이루심으로 당신의 권능을 드러내시는 분이라는 점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것이 성탄사건이다. 성탄은 하나님이 사람이 되신 기적 중에 기적인데, 참으로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을 통하여 이 엄청난 기적을 만드셨다. 가난한 목수 요셉과 그의 아내 마리아를 비롯하여 유대 땅 베들레헴, 그 지경에서 양을 치던 목자들, 그리고 베들레헴 어느 마구간의 구유도 그 중에 하나다. 이런 하찮은 것들을 도구삼아 하나님께서는 성탄의 기적을 이루셨고, 구원 드라마의 서막을 여셨다. 본문은 주님의 구유 탄생이 하나의 ‘표적’(상징)이라고 말씀한다. “너희가 가서 강보에 싸여 구유에 뉘어있는 아기를 보리니 이것이 너희에게 표적이니라 하시니.” 예수님께서 구유에 탄생하신 것은 단순히 예수님의 비천한 탄생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상징(표적)일까?

 

내용이 상표를 결정한다.

상표가 내용을 결정하지 않는다. 내용이 상표를 결정한다. 그릇으로 말하자면 그릇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그릇 속에 담긴 내용물이다. 아무리 성(城)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집이라도 그곳에 도둑이 살면 도둑의 집이고, 초가라도 그곳에 천사가 살면 천사의 집이 된다. 같은 병인데 꿀을 담으면 꿀병이 되고, 물을 담으면 물병이 된다. 우린 주님의 구유탄생은 이와 같은 소중한 진리의 상징이다. 세속적인 안목으로 구유는 분명 지저분하고 비천한 곳이다. 짐승의 여물통이다. 여관에서 방을 구하지 못한 사람이 할 수 없이 찾은 곳이다.

 

그런데 그 곳에서 만왕의 왕이 태어나셨다.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인 세상의 구주가 탄생하셨다. 이제 그곳은 더 이상 초라고 지저분한 짐승의 구유가 아니다. 만왕의 요람이다. 왕의 보좌이고, 왕의 처소다. 그곳에 하나님의 영광이 비추고 천사의 노래가 있고 목자들의 경배가 있었다. 말 그대로 하늘의 궁전이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유는 초라한 우리 마음, 우리 가정, 우리 교회를 상징한다. 그런데 이곳에 우리 주님이 탄생하시면 이곳은 더 이상 초라한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왕의 요람으로, 왕의 보좌로, 왕의 처소로 변한다는 사실이다. 이곳에 주님이 임하시면 새롭게, 거룩하게, 영광스럽게 변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회의 형편이 구유와 같다. 사람들이 마음을 두고 싶지 않을 만큼 작고 초라하다. 하지만 주님이 함께 하시는 한 거룩한 왕의 요람이고, 영광스러운 왕의 보좌이고, 아름다운 왕의 처소이다. 이것이 주님의 구유탄생이 보여준 상징이다. 바라기는 2017년도엔 우리 마음과 가정과 교회에 매일 주님이 탄생하시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이 주님의 요람이 되고, 우리 가정이 주님의 보좌가 되고, 우리 교회가 주님의 처소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것을 신년도 개인과 가정, 교회의 기도제목과 목표로 삼고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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