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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믿음을 보시고
막2:1~12

복음서에서 기적 이야기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가를 잘 보여주는 사건들입니다.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님이 누구라고, 어떤 분이시라고 직접 말하지 않습니다. 단지 예수님의 사역을 통하여 우리에게 보여줄 뿐입니다. 예수님의 사역을 보고 그 분이 누구인지, 어떤 분이신지 우리가 알아보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본문의 경우, 예수님이 중풍병자를 고치시고, 사람의 죄를 용서해 주시는 분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이 신적인 존재, 즉 하나님이 아니고서 어떻게 중풍병자를 말씀 한마디로 고칠 수 있고, 그 죄를 사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이 사건은 예수님이 하나님이심을 선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모든 기적 이야기가 마찬가집니다.

본문에 중풍에 걸린 사람이 나옵니다. 중풍이란 뇌의 순환장애로 쓰러져 신체의 일부, 혹은 전체가 불구가 된 질병입니다. 본문에 나온 이 사람의 경우는 아주 중증이었습니다. 전혀 거동을 못하고 그저 침상에만 누워서 살아야 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사람입니다.

여러분, 이 사람의 모습이 내 자신의 영적 상태를 포함하여 내가 속한 공동체를 상징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 사람은 우리 자신과 우리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대하여 ‘총체적 위기’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종종 보았습니다. 개인도, 가정도, 교회도, 사회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이야깁니다. 한편에선 잘 나간 것 같지만 심각한 병으로 썩어가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대통령께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심각한 ‘양극화’ 현상이라고 지적했는데, 정말 올바른 진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 계층, 집단, 심지어는 모든 사건마다 극단적인 대립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우리 사회의 모습 때문에 교수신문에서 2004년도 당동벌이(黨同伐異)에 이어 2005년도도 상화하택(上火下澤)이라는 사자성어를 내놓았습니다. 우리 사회의 극단적 양극화 현상을 질타하는 내용들입니다.

사회를 배로 비유하자면 배가 거친 파도를 헤치고 안전한 항해를 하려면 무게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물결을 가르고 전진할 수가 있고, 파도가 덮쳐도 다시 중심을 잡고 항해를 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한국호’라는 배는 무게 중심이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양옆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배가 물결을 치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에서만 기웃 둥대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때 치명적인 파도라도 밀려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같은 현상은 사회뿐만 아닙니다. 가정도, 교회도 마찬가집니다. 그 이유는 병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개인의 심령이 병들고, 사회의 가장 기초 공동체인 가정이 병들고, 사회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할 교회가 병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런 위기에 직면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이 말해주듯, 그러므로 이 병든 심령, 병든 가정, 교회, 사회가 치유 받기 위해선 주님 앞에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그 병이 너무 심해서 스스로의 힘으로 나올 수가 없습니다. 본문에 나온 이 병자처럼 말입니다. 그런데 이 병자에게는 좋은 이웃, 좋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도움으로 그는 주님 앞으로 나아가 영/육간에 치료를 받았습니다. 주님은 이 병자의 믿음이 아니라 ‘저희의 믿음’을 보시고, 그 친구들의 믿음을 보시고 이 사람을 고쳐주셨습니다. 저는 여기서 큰 은혜를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이 말씀이 무슨 뜻일까요? 주님은 내 믿음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우리의 믿음, 저와 여러분의 믿음을 보시고 우리를,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고쳐주시겠다는 것입니다. 우리 믿음을 보시고.....

믿음은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그릇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님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는데, 이들이 주님께 보여준 믿음은 어떤 믿음이었을까요?

1. 협력하는 믿음입니다.
환자는 하나인데 관계된 사람은 환자를 포함해서 다섯입니다. 네 사람이 이 사람을 침상 째 들고 예수님께 나왔습니다. 예수님은 이들의 아름다운 믿음의 모습에 감동하셨습니다. 이렇게 친구를 위해 협력하는 저희의 믿음을 보시고 이 사람을 고쳐주셨습니다.

신앙생활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함께 할 때 역사가 나타나고, 주님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운 믿음이 됩니다. 작은 불씨가 모여서 큰 불을 이루고, 작은 물이 모여서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 것처럼 우리의 작은 믿음이 모여서 태산을 옮기는 큰 역사를 이루는 믿음이 되는 것입니다. 저희의 믿음은 바로 협력하는 믿음이었습니다. 그 믿음이 친구를 살려낸 것입니다.

2. 행동하는 믿음입니다.
톨스토이는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믿음이 있으면 행동하게 됩니다. 믿음 안에는 행동의 동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병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좋은 약이 서울 어디에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 약을 먹으면 틀림없이 낫겠다는 믿음이 듭니다. 그러면 제가 어떻게 하겠습니까? 제 믿음대로 그 약을 찾아서 서울로 가지 않겠습니까? 그 약만 먹으면 낫겠다는 믿음이 저를 서울로 가게 한 것입니다. 겨울이 오는 것을 믿기에 우리는 겨울을 준비하고, 봄이 오는 것을 믿기에 우리는 봄을 준비합니다. 이렇듯 믿음에는 행동이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 그 믿음이 살아있는 믿음, 역동적인 믿음, 역사하는 믿음이 되는 것입니다.

본문의 이들은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예수님께 가면 친구의 병을 고칠 수 있겠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그들은 그 믿음대로 친구를 침상 째 들고 예수님께로 갔습니다. 예수님은 저희의 행동하는 믿음을 보시고 그 친구를 고쳐주셨습니다.

우리 주님은 우리 믿음에 항상 응답해 주시는 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의 믿음이 행동하는 믿음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3. 장애를 극복하는 믿음입니다.
이들이 예수님께로 왔으나 뜻하지 않는 장애를 만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이 계신 집의 문밖까지 서 있어서 예수님께 병든 친구를 데리고 갈 수가 없습니다. 심각한 장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그 집 지붕으로 올라가 지붕을 뚫고 침상을 달아 내렸습니다.

신앙생활을 하는데 생각보다 방해되는 것이 많습니다. 가정문제, 경제문제, 자녀문제, 건강문제 등. 이런 것들이 시험으로 다가옵니다. 예수님을 잘 믿어보려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장애가 되어 발목을 잡습니다. 예수님 앞에 가까이 가려고 하는데 하필이면 그날따라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장애물을 넘어서야 합니다. 장애물이 때로 산처럼, 절벽처럼 앞을 막아서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더 높은 신앙으로 비상하기 위한 디딤판과 같은 것입니다. 여기서 주저앉으면 그대로 추락하지만, 넘어서면 우리 신앙은 몇 단계 높아지는 것입니다. 높고 성숙한 신앙으로 비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로 장애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바꾸는 것입니다. 장애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우리 찬송가 가사처럼 ‘이 풍랑 인연하여서 더 빨리 갑니다.’ 아울러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주님(롬8:28)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장애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도전하여 극복하게 됩니다.  

4. 손해를 개의치 않는 믿음입니다.
희생, 헌신, 아픔, 수고를 감수하는 믿음입니다. 이 사람들은 병든 친구를 예수님 앞에 내려놓기 위해 남의 집 지붕을 뚫었습니다. 그리해서라도 병든 친구를 주님 앞에 내려놓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는 주님께 가까이 가기 위해 수고, 희생, 손해를 감수했다는 말입니다. 아무리 시원찮은 집이라도 남의 집 지붕을 뚫었으니 변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을 무릅쓰고 이들은 이렇게 한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절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많은 수고와 희생, 헌신이 있어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습니다. 신앙도 마찬가집니다. 예수를 잘 믿기 위해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많은 수고와 희생,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접어야 하고,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포기해야 합니다. 시간을 드리고, 물질을 드려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감수하지 않고는 주님께로 가까이 갈 수가 없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르고자 하는 자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

5. 기회를 포착하는 믿음입니다.
저는 이 사건을 두고 이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사람들이 갈 때까지 좀 기다리면 될 걸 이리 야단스럽게 지붕까지 뚫었을까? 꼭 오늘만 날인가? 저녁이면 어떻고 다음 날이면 어떤가? 남의 집 지붕까지 뚫으면서 수선을 피울 것이 무엇인가? 그런데 이들은 ‘지금이 아니면 안된다. 지금, 바로 지금 주님을 만나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내일로 미루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선한 일, 중요한 일은 지금 해야 합니다. 하루 미루고 이틀 미루다보면 의심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결국은 그 일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탈무드에 ‘오늘은 하나님의 날, 내일은 마귀의 날’이란 말이 나옵니다. 차차 하겠다! 혹은 차차 하라!는 것은 마귀의 마음이고, 마귀의 속삭입니다.

기회를 포착하는 믿음! 이는 앞서 말한 내용을 모두 포함합니다. 주어진 기회,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협력해야 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장애가 있으면 넘어서야 하고, 기회를 붙잡기 위해 어떤 희생이나 손해를 개의치 않아야 합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기회를 제공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붙잡아 선용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이상의 다섯 가지는 중풍병자 친구들이 가지고 있었던 믿음입니다. 주님은 이와 같은 저희의 믿음을 보시고 이 병자를 고쳐주셨습니다. 주님은 우리의 믿음을 보시고 우리 개인과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고쳐주고, 축복해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협력하는 믿음, 행동하는 믿음, 장애를 극복하고, 손해를 개의치 않는 믿음, 기회를 포착하는 믿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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