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여 기다림

 



 

그리스 신화에 일명 망각의 강으로 불리는 레테(Lethe)호수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한 여인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스틱스강을 건너려고 합니다. 뱃사공이 그녀에게 말합니다. 이 강을 건너기 전에 레테호수의 물을 마시고 갈 것인지 마시지 않고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자 여인이 물었습니다. 이 강물을 마시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 강물을 마시면 지난날의 모든 괴로운 기억을 말끔히 잊어버리게 됩니다.라고 사공이 대답합니다. 여인은 눈을 반짝이면서 그럼 빨리 마셔야지요. 고통스러운 지난날을 말끔히 지워버리고 싶거든요. 그 때 사공이 다시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야 될 것이 있습니다. 이 강물을 마시면 기뻤던 일도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순간 여인은 고민에 빠집니다. 아프고 괴로웠던 일은 잊고 싶지만 기뻤던 일까지 잊고 싶지는 않았던 것입니다. 한참 생각하더니 마시지 않겠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몽롱한 가운데서 평안하기보다는 고민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사는 것이 더 낫다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때때로 모든 기억을 다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잊어버린다고 해결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해서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고민할 것은 고민하고, 생각할 것은 생각해야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또 다시 1년을 보내는 마지막 달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우리 기독교에서는 기다림의 절기인 대강절의 시작입니다. 떠나보냄과 기다림이 오묘하게 겹치고 있습니다. 인생의 아프고 괴롭고 고통스러운 기억은 망각의 대상이 아니라 기다림과 기대의 디딤돌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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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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