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장군과 망태

by 장양식 posted May 1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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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승, 똥장군

    

초등학교 5학년

늦가을 무렵
툇마루의 아버지께선
그지없는 눈빛으로
처연하게 말씀 하셨다.

우리 집 형편

잘 알지?
중학교 시험에 떨어지면
그날부터
똥장군을 져야 해

알겠지?
 

그날 이후로
대문 옆의 똥장군
내 가슴에 눌러앉아
나를 이끄는

스승이 되었네.
 

세월 흘러 아버지
푸른 하늘로 스러졌지만
나의 스승인 똥장군은
여전히

내 마음을 다스린다.

 

손정모 시. 그러고 보니 저의 스승은 형의 망태입니다. 공부가 싫어 헐망부리다 성적이 크게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이런 저를 형이 시골집 뒤뜰로 데려가 까맣게 그을린 망태를 보여주었습니다. 공부가 싫다고 하여 아버지에게 혼줄이 나도록 맞고 만든 것이라며 저 또한 공부하지 않으면 자기처럼 될 거라고 제게 도전을 주었습니다. 그 후로 그 망태를 보며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도, 형도, 그 망태가 걸려있던 고향집도 없지만 시인의 똥장군처럼 제 마음엔 그을린 그 망태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