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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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이야기22, ‘십자군의 성채, 카락성’

 

 

얼마 전 손봉호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부패가 중세시대의 로마 카톨릭을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로마 카톨릭의 부패를 개혁한 것이 개신교인데, 그 개신교가 이제 로마 카톨릭의 전철을 밟아 개혁의 대상이 되었다는 말이다. 정말 안타깝고 답답한 일이다. 세속화된 신앙, 권력 지향적인 교회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중세교회가 저지른 패악(悖惡)은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십자군 전쟁’이다.

 

십자군은 기독교와 이슬람의 종교와 문명의 충돌로 서양 중세사에 가장 큰 의미를 가진 전쟁이고, 그 배경에는 교황과 유럽 영주들의 잇속과 이해타산이 엉켜 원래목적인 성지탈환은 뒷전이고 전리품 노획과 약탈이 우선된 전쟁이다. 그들은 예루살렘을 점령하자마자(8번의 원정 중 1차만 성공) 이슬람교도들을 무참하게 학살했고, 포로학대행위 등으로 이슬람을 뭉치게 만들어 결과는 성지회복 실패로 끝났다. 지금도 곳곳에 전흔(戰痕)이 남아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는 ‘카락성’(Karack castle)으로, ‘킹덤 오브 헤븐’(Kingdom of heaven)이란 영화의 배경이 되기도 한 곳이다. 이곳은 창세기에 나오는데, ‘길’(Kir), ‘길 헤레스’(Kir heras), 또는 ‘길 하레셋’(Kir hereseth)이라고 불리고 있다. 아브라함의 조카 롯이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을 피해 도망 나와 세운나라 모압의 수도다.

 

카락성은 3면이 깊은 계곡으로 둘려 쌓여 고대로부터 모압의 중요한 방어요새로 왕의 대로변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다. 이곳은 사해동쪽 20㎞, 해발 1000m의 고원에 위치한 천연요새로 지금도 십자군시대의 성채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아래 사진처럼 성벽에 잇대거나 성 안과 밖에 건물을 지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서쪽으로는 예루살렘이 가까워서 십자군전쟁 때에는 왕의 대로를 지키는 베이스켐프였다. 하지만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에 의해 정복되고 결국에는 예루살렘까지 정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곳이다. 시간 상 직접 방문하지는 못하고 차 안에서 성 외곽만 바라보며 모압평지로 향했다.

 

DSC_0385(십자군 성채).JPG

카락성의 현재모습. 십자군 시대의 성채가 그대로 남아 있고, 성벽을 이용하여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영웅담에는 어느 정도 각색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이 십자군 전쟁에서 유럽의 열강들을 물리친 이야기 중에 영국의 사자왕 리차드와의 이런 일화가 있다. 전쟁 중 리차드가 병에 걸렸다. 공격의 호기인데 살라딘은 병사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며 전쟁을 잠시 중지하도록 했다. ‘우린 병든 자를 공격하지 않는다.’ 그것도 모자라 병을 치료하는 약까지 보냈다는 것이다. 빨리 병이 나아서 건강할 때 다시 싸우자고 말이다. 적이지만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결국 이 이야기는 살라딘이 승리할 수밖에 없고, 십자군이 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준다. 사실 십자군은 표면상으로 십자가 휘장아래 모였으나 명분도 도덕성도 없는 각기 부끄러운 탐욕만 가득찬 오합지졸이었다. 반면 살라딘은 병든 적에게 회복의 기회를 줄 만큼 도덕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무슨 일이든, 그것이 사소하든 중요하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분명한 명분이 있고,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도덕성을 지녀야 한다. 십자군 전쟁이라고 하는, 주님의 이름으로 저지른 이 엄청난 기독교인의 비뚤어진 광기에 심한 부끄러움과 책임을 느끼며, 우리 교회와 신자가 다시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고 모두가 우러러 볼 수는 망대와 같은 존재, 등경 위에 놓인 등불과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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