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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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이야기4. ‘겉은 이슬람 사원, 속은 유대교 회당’

 

 

예수님피난교회에서 약 3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모세기념교회라고 부르는 ‘벤 에즈라 회당’(Ben Ezra Sinagogue)이 있다. 기원전 350년경에 이곳에 선지자 예레미야 회당이 세워졌는데, 기원전 30년경에 로마에 의해 파괴되었다가 4세기에 콥틱교회가 건축되어 9세기까지 성 미카엘교회, 또는 가브리엘 천사교회로 불렸다. 이를 유대인들이 매입하였는데, 그만 파괴되고 말았다. 그런데 12세기경에 이스라엘에서 랍비 아브라함 벤 에즈라가 방문한 이후 재건되었고, 현재는 그의 이름을 따서 벤 에즈라 회당이라 부르고 있다. 

 

(물론 기독교인도 마찬가지지만)유대인들이 이곳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은 여기가 나일 강에 던져진 모세가 이집트 공주의 눈에 발견되어 물에서 건져진 곳이고, 모세가 살았던 장소이며, 모세가 광야로 나갈 때 기도한 곳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모세기념교회’라고 함). 또한 출애굽 할 때 이집트 델타 동남부에 살고 있던 유대인들의 출발장소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바벨론 느부갓네살 왕에 의해 예루살렘이 파괴된 후에 친 이집트파에 의해 끌려온 선지자 예레미야가 이곳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면서 살다가 죽었다고 하며, 그의 가묘가 이곳에 있다. 전승에 의하면 이곳이 그의 무덤이 있던 장소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외에도 벤 에즈라에 의해 기원전 475년경에 사슴가죽에 기록된 모세의 율법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여 유대인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 건물은 겉모습은 이슬람 사원과 같은데, 내부는 유대교 회당이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에 분쟁이 있을 때마다 이슬람의 공격을 받아서 겉모양을 그렇게 만들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나라 없는 백성으로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킨 유대인의 정신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1965년까지 약 천년동안 이집트 유대인 공동체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던 곳으로 그들의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재생산하는 장소였다. 그들은 이곳을 중심으로 자신들의 정신을 이야기로 만들어 끊임없이 학습하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든지 이곳에 오면 민족의 구원자 모세를 만날 수 있고(민족의 회복을 꿈꾸게 되고), 나라를 사랑했던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를 만날 수 있고(나라사랑을 결심하고), 그들 정신의 요체인 율법을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하나님을 기억하게 됨). 그러면서도 주변과는 유연한 태도를 가졌다. 이슬람의 공격을 피하여 겉모습을 이슬람 사원처럼 만든 것이 좋은 예다. 한편으론 이슬람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으로 볼 수 있으나 결국 이런 유연성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온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면서 주변에 대하여 유연한 태도를 갖는 것이 어디서든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자기와 자기가 속한 공동체를 지키는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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