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야기  


조회 수 70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성지순례 이야기5. ‘검은 땅, 고센’

 

 

고대 이집트의 이름은 ‘케메트’(Kamet)다. 현재도 아랍어로는 ‘미스르’(Misr)라고 부르고 있다. ‘케메트’ 혹은 ‘미스르’라고 하는 이름은 ‘검다’는 뜻이다. 이집트인에게 진정한 국토의 의미는 95%의 모래가 아니라 5%의 검은 땅, 곧 ‘고센’이다. 풍요의 땅 고센은 가뭄과 홍수가 만들어낸 기적의 땅이다. 고센은 지하 170m이상을 파도 암반이 전혀 없는 천혜의 비옥한 땅이다. 우기(6~7월)를 맞이하면 엄청난 양의 범람한 물이 나일강 주변을 비옥하고 푸르게 만든다. 바로 여기에 고센이 있다.

 

고센은 요셉이 이집트의 총리가 된 소식을 듣고 아버지 야곱과 그의 식구들 70명이 이주해 터를 닦은 곳이다. “가나안 땅에 기근이 심하여 종들의 양떼를 칠 곳이 없기로 종들이 이곳에 왔사오니 원하건대 종들로 고센 땅에 살게 하소서.”(창47:4). 야곱의 아들들은 바로 앞에서 그들이 살 땅을 구하였고, 바로는 요셉의 식구들에게 고센을 허락했다. 이와 같이 그들이 이집트로 내려간 표면적인 이유는 식량을 얻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는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맺으신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후손을 주리라는 약속을 이루기 위한 특별한 섭리였다. 생육하고 번성하려면 먹고 마실 것이 넉넉하고 안전한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센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여기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430년을 살면서 큰 민족을 이뤘지만 그들이 영원히 머물 곳은 아니었다. 하나님은 그곳에 대한 미련을 끊고 가나안에 대한 소망을 갖도록 여러 가지 시련을 주셨다. 그래서 그들은 바로의 국고성 비돔과 라암셋을 건축하기 위하여 큰 노역에 시달렸고, 자녀들을 나일강에 버리는 고통을 겪어야했다. 그러므로 고센은 이스라엘 백성의 번성과 고난의 역사가 함께 서려 있는 곳이다. 그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보고 발로 밟아 보는 일은 실로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egt3.jpg

이스라엘 백성들이 살았던 집터(진흙 벽돌로 되어 있다).   

 

하지만 찾아간 그곳은 설렘보다 실망이 더 컸다. 패망한 왕조의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본 옛 시인의 마음과 같았다. 몇 점의 유물이 아무렇게 나뒹굴고 있었고, 흙벽돌로 만든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의 집터에 잡초가 나서 흉물스러운 폐허처럼 보였다. 피라미드나 스핑크스에서 느꼈던 유적에 대한 이집트인의 태도를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생각이 많았다. 하나님의 동산처럼 비옥한 땅 고센은 하나님의 백성을 키우고 훈련시키는 장소였지만 영원한 처소는 아니고, 하나님의 백성은 고센의 풍요에 빠지지 않고 가나안을 소망하며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사실을 망각할 때 하나님은 고난을 보내시기도 한다. 또한 그 역사의 현장이 황폐하게 버려지다시피 한 것은 이 세상 것들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이 땅을 살아가는 신자가 어디에, 무엇에 소망을 두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을 생각해 보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