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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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 이야기48, ‘헐몬의 이슬’

 

 

어떤 사람에겐 귀한 것도 어떤 사람에겐 귀찮은 것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도 있다. 이슬도 마찬가지다. 시인에게는 많은 영감을 주지만 이른 아침, 들에 나가서 일을 한 사람에게는 무척 귀찮은 존재다. 어려서 아침마다 소를 몰고 나가서 소를 먹였다. 낮에 일을 시키려면 아무리 짐승이라도 아침을 든든히 잘 먹여야 한다는 아버지의 지론 때문이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소를 먹이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일도 귀찮지만 무릎까지 바지를 다 적시는  이슬 또한 귀찮은 존재였다. 소를 좋아하지만 매일 아침 이슬에 젖으며 소 먹이는 것이 싫다보니 소까지 싫어져 제발 소 좀 팔아버리자고 부모님을 조른 적도 있다.

 

hjang.jpg 그런데 금번 순례기간 중에 사막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에게 이슬이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 것인지를 새삼 절감하였다. 물이 없는 그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서 생명유지를 위해 필요한 수분공급이 낮과 밤의 일교차에 의해 생긴 이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에서도 이슬을 하나님의 은혜에 비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이 사막의 생물들에게 필수적인 것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인생에게 그와 같다는 뜻이다.

 

‘헐몬’의 이슬이 바로 그것이다(시133:3). 성경이 헐몬의 이슬이라고 특별하게 부르는 것은 헐몬산을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헐몬산은 만년설은 아니지만 한 여름을 제외한 거의 1년 내내 정상이 눈으로 덮여 있다(때문에 중동지역에서 유일하게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백발의 산(아랍어로 ‘제벨 에식’)이라고도 부르는데, 저녁이면 정상의 눈이 북풍에 날려서 내려오다가 따뜻한 공기와 만나 이슬이 되어 남쪽 네게브 사막까지 이스라엘 전역을 적시게 된다. 성지에서 살고 있는 모든 생물들이 이 이슬의 혜택을 누리고 사는 것이다. 그러니 이 이슬을 하나님의 은혜에 비교한 것은 참으로 적절하다고 본다(위 사진은 골란고원 중턱에 있는 전망대에서 헐몬산을 배경으로 찍은 것이다. 조금 멀긴 해도 헐몬산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흔히 인생의 허무를 말할 때 이슬을 자주 언급한다. 수분의 양이 너무 적어 햇볕에 금방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슬의 삶은 짧다. 그렇지만 그 짧은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살아간 것이 이슬이다. 비록 아침 햇살과 함께 사라지는 짧은 일생일지라도 짧다고 슬퍼하지 않고 조용히 다가와 자신을 온전히 드려 다른 생명을 살리고 주변을 기름지게 해준다.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 주님의 삶과 마음을 쏙 닮았는지 모르겠다.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주변에 깊은 영향을 주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이슬! 이슬과 같은 삶을 소망해 본다. 그리고 이슬과 같은 주님의 은혜로 매일의 풍성한 삶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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