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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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통과하자마자 휴대전화가 터진다. 신기하다. 경계선 하나로 어떻게 이럴 수가! 그동안 와 있던 문자가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온다. 이집트 사태로 걱정하는 지인들의 안부가 눈물겹다. 미안하고 황송하고...... 그 와중에 안내인의 설명을 놓치고 싶지 않아 답장을 잠깐 뒤로 미루고 눈을 다시 창밖으로 돌린다. 이제 건너편이 요르단, 어제까지는 사해 동편에서 북쪽을 향해 달렸는데, 오늘은 사해 서편에서 남쪽을 향해 달리고 있다. 유대인들이 로마인과 맞서 2년 동안 항전을 벌이다 모두 자결했다는 ‘마사다’를 가기 위해서다. 사해를 사이에 두고 있으니 요르단이나 이스라엘이나 형편은 비슷했지만 다른 점은 이스라엘 쪽이 훨씬 푸른색이 많다는 것이다. 사막 곳곳에 울창한 숲을 이루는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운영하는 거대한 야자수 농장이 자주 눈에 띄었다.

 

 


요르단에서 이스라엘로 가는 국경 지대의 도로에 나타난 낙타 가족

어머나 어머나~ 차의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이들이 느린 걸음으로 다 지나갈 때까지   가만가만..

  

 

사해주변 사막에 있는 야자나무 숲(이런 모습이 곳곳에 있음).

 

마사다로 가던 중 ‘엔 게디’(산양의 샘이란 뜻) 공원 야자수 그늘에 앉아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사막 한 가운데 유일하게 폭포가 있고 시냇물이 흐르는 오아시스로 다윗과 관련이 깊은 곳이다. 목동시절 양들과 함께 자주 찾았던 곳이고, 왕이 되기 전 사울 왕에게 피하여 숨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공원을 들어서는데 여행객 차량 지붕에 올라서서 여유롭게 나무 이파리를 뜯고 있는 산양의 모습이 이곳 지명과 절묘하게 어울렸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초장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가로 인도하시는도다.' 그 유명한 다윗의 시( 23편)가 떠오르는 곳이었으나 아쉽게도 우린 여기서 점심만 먹고 떠나야 했다. 

 

 


엔 게디 공원 야자나무 아래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들

 


 


엔 게디에서의 점심식사, 야자수 아래에서 먹는 한국 도시락은 그야말로 꿀맛,

이틀 동안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다가 이 날 만큼은 소풍 나온 기분이었다.

 

점심을 먹고 화장실만 다녀온 후 성지는 아니지만 유대인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곳 ‘마사다’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마사다는 막강한 로마군 15,000명을 상대로 여자와 아이를 포함하여 967명의 유대인들이 최후의 항전을 벌였던 사방이 절벽인 천혜의 요새다. 당시 유대인의 지도자는 엘리자르 벤 야일(Eleazar Ben Yail)이었는데, 백제의 계백을 연상케 했다. 그는 마사다가 점령되기 전 사람들에게 로마군대에 비굴한 항복을 하지 말고 자유인으로서 죽음을 택할 것을 제안했고, 그의 제안에 따라 모두가 자결을 하였다. 청소년들에게는 정신교육을 시키는 수련장으로 이용되고 이스라엘 군인들은 이 마사다 요새를 군사훈련의 최종 코스로 오른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는 마사다의 비극은 없다!’라는 구호를 외친다고 한다.

 

 


사해쪽에서 바라본 마사다의 전경

 

 


 로마에 대한 유대인의 최후 항전지 마사다. 2001년 유네스코는 이 곳을 세계 유산으로 지정했다.

거의 2000년 동안 이 요새가 사람의 손에 닿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올라가는 길이 험란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관광객을 위한 샛길이 나 있고, 케이블 카도 설치되어 약 5분 쯤이면 올라 갈 수 있는데, 

헤롯왕의 궁전과 빗물을 저장했던 거대한 수조 등 여러 유적을 볼 수가 있다.

 사해는 이스라엘 어디서고 보였는데 그때마다 색깔이 아름다웠다.

 

 


 마사다의 유적(집터를 비롯한 곡물창고, 심지어 냉/온 목욕탕까지 있음)

 


 


로마 군대가 쏘아 올린 20~25킬로의 돌 폭탄,

로마군대가 마사다 성벽을 부수기 시작한 날 밤 지도자는 967명의 동지들을 모아놓고 마지막 연설을 했다.

‘비굴한 항복이냐,로마인들의 칼에 죽음이냐’ 그는 제3의 선택을 제시했다. 자유인으로서 죽음을 택하는 것이었다.

먼저 그들은 모든 소유물을 한데 모아 불살랐다. 먼저 남자들은 여자와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끊었다.

남자들만 남게 되었을 때 그들은 제비를 뽑아 열 사람을 택했고 이들은 나머지 남자들을 모두 죽였다.

열 사람만 남게 되자 그들은 다시 제비를 뽑아 한 사람을 골랐다. 마지막 사람은 다른 9명을 죽이고 칼에 엎드려 자결했다.

너무도 비장한 마사다의 최후를 역사가 요세푸스는 어떻게 알았을까? 그의 역사기록은 이렇게 이어진다.

“로마군대가 마사다를 함락했을 때 동굴 속에 숨어 있던 2명의 여자와 5명의 어린이를 발견했다.

죽음을 피해 살아남은 이들은 마사다 최후의 증인들이었다.”
 

다시 차를 돌려 예수님이 자주 다니셨던 유대사막의 끝자락에 자리한 성경의 많은 사본이 발견된 '쿰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세상을 등지고 거룩한 삶을 추구했던 쿰란공동체의 생활터를 둘러보고 성경의 사본이 가장 많이 나왔다는 4번 동굴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저 아래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곡 바닥 모래사장에 앉아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쿰란지역. 기원전 1~2세기 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성경의 수많은 사본들이 발견되었던 곳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동굴은 가장 많은 사본이 발견되었던 4번 동굴로 베두인 목동이 잃어버린 양을 찾다가 동굴 안으로 돌을 던졌는데

동굴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동굴 안으로 들어가 항아리 안에 보관된 양피지에 기록된 구약성서의 두루마리 사본을 발견한다.

이때 발견된 것이 성경의 사해사본으로 현존하는 성경사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근데 저 무리들은 누구일까? 어떻게 저기까지 내려갔을까..200미터 정도는 떨어져 보인다. 거리를 최대한 끌어당겼는데도 멀다.

유대사막의 끝자락에서 열띤 토론(?)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 성지순례 중에 종종 볼 수 있는 광경으로 남편이 유독 이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부러워했다.

 

 

쿰란공동체의 생활터를 돌아보고 있는 일행들

 

그리고 그곳에 사해에서 나는 진흙과 소금으로 만든 각종 제품들과 여러 종류의 서적을 파는 상점이 있어 이번 순례 중 유일하게 이곳에서 약 20분 정도의 선물 살 시간을 얻었다. 이 곳 외에는 선물을 구입할 만한 곳이 없다고 하여 이곳의 유명 상품인 아하바 진흙팩과 소금 비누를 몇 개 샀으나 돌아오면 항상 부족하고 아쉬운게 선물이다. 대상이 목회자들이어서 그런지 일정이 다른 팀들에 비해 빡빡하단다. 바쁘다는 이유로 바로 사해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지구상의 바다 중 가장 낮은 지대(해수면보다 400미터 아래에 위치하며 지구 표면 중 가장 움푹 들어감)로 염도가 높아 사람 몸이 바닷물 위에 저절로 뜬다는데.. 수영복을 가져오긴 했는데 갈아 입을 용기가 안난다. 몇 번을 망설이다 그래도 어찌 그냥 갈쏘냐.. 큰 수건을 둘러 쓰고 한 쪽으로 가 겨우 발을 물에 넣었더니 시간이 되었다며 물 밖으로 나오라고 방송을 했다. 남편은 어느새 물속으로 들어가 온몸에 진흙을 잔뜩 바르고 물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의 진흙팩과 소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하여(각종 미네랄이 풍부하여 피부에 좋을 뿐만 아니라 관절염이나 피부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치료 효과가 있음)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최소한 한 나절 쯤 수영과 진흙팩을 즐긴다. 우리는 아주 잠깐을 머문 셈이다. 남편이라도 물속에 들어가 보고 나 역시 발이라도 그 유명한 사해바다의 물에 담가봤으니 그것으로 위로를 삼았다.

 

 


사해체험. 진흙을 파서 온 몸에 바르기도 하고 발라주기도 하며 헤엄을 치고 있다.

정말 몸이 절로 뜬다며 남편이 시범을 보이고 있다(멀리 뒤에 네 명 중 가장 멋진 사람이 남편).  

남편은 이 시간이 참 좋았다고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피부(민감성)에 큰 도움이 됐고, 뽀송뽀송해졌다며 손과 얼굴을 만져보게 했다.

 

벌써 날이 저물고 밤공기가 차다. 요단계곡을 따라 갈릴리호수를 향해 북쪽으로 달렸다. 날이 어두워 여리고는 방문하지 않고 차 안에서 위치만 확인하고 계속 달려 8시 반 경에 갈릴리호수가에 있는 엔게브 호텔에 도착했다. 밤이지만 주변경관이 좋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몇 사람과 어울려 잔디로 잘 단장된 호텔주변 호숫가를 산책했다. 모처럼 푸른 잔디를 밟으니 발이 큰 호사를 누린 듯 했다. 나무들도 없고 어쩌다 보이는 나무들마다 호스로 물을 대어 자라게 하는 사막 땅만 보다가 강이 있고, 그 강에 물이 가득하고, 나무가 있고, 풀이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다. 아니 내가 지금껏 천국과 같은 땅에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감사가 넘친다. 밤새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이는 이곳의 지형적 특징 때문이란다. 갈릴리호수 주변 높은 지대에서 찬 공기가 갈릴리호수로 유입되면서 큰 바람을 만들고 때로는 그것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한다. 성경에 예수님의 제자들이 밤늦게 이 호수를 건너다 돌풍을 만나 고생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갈릴리 호수가 있는 우리가 머문 숙소(엔 게브 호텔),

주변 경관이 일품인데, 저녁 늦게 도착하여 아침 일찍 출발하다보니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다.

 

 


야채가 풍성한 것이 이 호텔식당의 특징이었다. 밥이 없어 유감이지만 갖가지 야채 때문에 행복했다.

 


오늘은 순례지에서 맞이한 주일이다. 일정을 시작하기에 앞서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 가운데로 가서 2천 년 전 이곳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제자들을 찾아오셨던 예수님, 바람과 파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제자들을 구출하기 위해 물위를 걸어 오셨던 예수님을 생각하며 선상에서 예배를 드렸다. 여기서 특별했던 것은 선장이 애국가를 틀어놓고 국기를 게양한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갈릴리호수 한 가운데 선상에서 울려 퍼지는 애국가를 따라 부르며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바라보니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어디선가 갈매기들이 날아와 배 주변을 선회했다. 먹이를 주니 떼로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예배와 더불어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을 선상에서 보내고 일정을 시작했다. 오늘은 우선 이스라엘의 최북단 ‘단’지방까지 갔다가 갈릴리 주변 유적지를 돌아보는 일이다.

 

 

주일선상예배. 갈릴리 호수 중간 쯤에서 선장이 태극기를 게양하며 애국가를 틀어주었다.

갈릴리 호수 가운데서 목청껏 애국가를 부른 후 감격스러운 주일선상예배를 드렸다.

 

 

 

 

먹이를 주자 달려드는 갈매기떼, 다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탄성을 지른다.

 

 

베드로 물고기 식당에서 점심식사로 '베드로 물고기' 가 한 마리 씩 제공되었다. 갈릴리 호수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고기란다.

 

이 번 여행 중에 현지 안내인들을 보며 생각이 많았다. 이집트 안내인의 유쾌한 웃음, 요르단 안내인의 열정과 자신감, 특히 이스라엘 안내인(이스라엘 생활 12년째로 히브리대학에서 유대인 교육 전공으로 교육학 석사를 받았다고 함)은 나로 흠뻑 반하게 했다. 담담하고 차분한 말투, 군더더기 없는 표현,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음성, 그리고 모두가 설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소형 스피커까지 들고 다니면서 소개하는 그녀의 세심한 배려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말하는 단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가 않았다. 나 역시 학생들의 인생을 안내하는 교사로서 그들을 안내하는 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해 보았다.

 

 

이스라엘 안내인, 우리나라 사람들 중 유대인 교육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아 약 일주일 정도 일정으로 이스라엘의 각 학교들을 탐방하고 여행하게 되는데, 올해 봄 가을 중에 안내를 계획하고 있다고 함. 유대인 교육 중 가장 부러운 것이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밴 '토론교육'이라고 한다.

 

 

일과를 마친 후 늦은 저녁을 먹고 차를 기다리는 동안 남편이 내 어깨를 잠깐 주물러 주었다. 하도 시원해서 내 앞에 계신 목사님을 주물러 드렸다. 그 분이 다른 사람을 또 부르고 거리는 순식간에 안마장이 되었다.

 

※참고/ 이집트와 요르단은 대부분이 구약성경과 관련된 장소들이고, 이스라엘은 신약성경 즉 예수님과 관련된 장소들(거라사, 가버나움, 고라신, 나사렛, 가나, 베들레헴, 예루살렘 등), 특히 기념교회들(팔복, 오병이어, 베드로 수위권, 수태고지, 성가정, 탄생, 가나혼인잔치, 목자, 승천, 주기도문, 눈물교회 등)을 방문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이 외에도 통곡의 벽, 므깃도, 십자가 수난의 길(비아돌로로사: 본디오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은 곳으로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로 향해 걸으시던 약 800미터의 길, 그리고 골고다에서의 십자가 처형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 베드로 물고기 식당 등 가슴에 남는 곳이 많지만 자세한 얘기는 생략하기로 하고 몇 가지 인상적인 장면만 소개한다.

 

 

 예수 탄생 교회의 '겸손의 문', 교회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왕이나 장군, 누구라도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 들어갈 수 있다.

 

 


 

 

 멀리서 본 유대인의 묘지(일명 부활의 동산, 16C~20C에 이르는 유명한 랍비들이 이 곳에 묻혀있으며 오늘날 약 15만개의 유대인 묘가 이곳에 있다고 함)

 


 고대 유대인들이 몹시 거룩하게 여긴 곳으로 AD 70년 로마 사람들에 의해 파괴된 예루살렘 제2성전 가운데 현존하는 유일한 유적지이다. 유대인들은 성전이 파괴된 것을 애도하고 다시 세울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한다. '통곡의 벽'은 유럽의 여행자들이 거룩한 유적지 앞에서 밤을 새워 슬프게 우는 경건한 유대인들을 보고 붙인 이름이다. 통곡의 벽엔 남녀가 따로 구분해서 들어간다. 벽앞에 손을 대거나 고개를 숙이고 혹은 벽 광장에 설치된 의자나 책상 앞에 앉거나 서서 각자 기도를 드린다. 남자들은 반드시 모자나 키파를 쓰고 들어가게 되어 있고 여자들은 상관이 없다. 벽 사이에 꽂혀진 쪽지는 자신들의 기도 제목을 적은 쪽지들이다. 돌틈마다 빼꼼할 새가 없다.

 

 

무엇이 저토록 간절할까.. 난 차마 이곳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다른 분이 찍은 사진을 올려 본다.

 

 

 머리에 꽃을 단 키 큰 여인이 기도 쪽지를 돌틈 사이로 밀어넣고 있다.

 

 

한 쪽 벽에 붙어 서서 아이를 안은 채 기도하는 여인의 모습이 아름답다.

 

이스라엘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중에 하나가 ‘헬몬산’(이스라엘, 시리아, 레바논의 국경) 남서쪽 기슭에 위치한 가이사랴 빌립보와 텔 단(Tel Dan)지역이다. 그 유명한 ‘초생달 지역’(페르시아만에서 시작하여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강 유역을 따라 북서쪽으로 올라가 하란을 정점으로 다시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지중해 해안지역, 이곳이 마치 초생달처럼 생겼다하여 초생달 지역이라고 함. 중동지역에서 가장 비옥한 곳, 그래서 성경은 이곳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표현하였고, 서로 이곳을 차지하려고 전쟁이 끊이지 않아 ‘거민을 삼키는 땅’이라고도 함)에 속한 곳이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아직도 전쟁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갈릴리 북동쪽 골란고원(해발900~1000m에 이르는 고산지역으로 시리아 영토였는데 6일 전쟁이후 이스라엘 영토가 됨)을 가로질러 가이사랴 빌립보 지역을 향해 달렸다. 1년 내내 눈이 덮여 있어 중동지역 사람들이 ‘백발의 산’이라 부르며 신성시 여길 만큼 성큼성큼 다가온 눈덮인 헬몬산의 자태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6일전쟁에서 시리아에게 빼앗은 골란고원, 지금도 분쟁지역으로 꼽히며 곳곳에서 전쟁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보이는 선은 국경을 표시하는 철조망이다.

 

 


성경에 부자들을 바산의 암소에 비유하고 있는데, 풀을 뜯고 있는 바로 그 바산의 소들

 

 

 골란고원을 지나던 중 이곳의 사과 맛이 끝내준다 하여 우리 부부가 한 턱을 쏘았다. 한 사람 당 두 개 씩을 사 드렸는데 어찌나 꿀맛이었던지 그 날 내내 일행들에게서 고맙다, 잘먹었다는 인사를 받았다. 사과 두 알로 이토록 많은 칭찬을 받으니 우리도 기분이 좋았다.

 

 

 

 하솔에서 바라본 '헬몬산'의 전경, 이 곳 가까이 갔을 땐 폭풍처럼 바람이 세게 불어 있는 옷을 총동원하여 껴입었다.

 


이집트나 요르단의 삭막한 모습과는 달리 기름지고 윤택한 산과 들이 나를 들뜨게 했다. 며칠 동안 삭막한 돌과 모래 사막만 보다가(사실은 그 광야에서 많은 은혜를 받았지만) 창밖으로 이어지는 연두빛 풀포기들을 보니 드디어 살 것 같다. 평소에도 푸른 숲과 나무만 보면 무조건 좋아하는 내가 나무가 보이고 꽃이 보이니 환장하겠다. 물론 우리나라에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겨자씨 나무, 아네모네, 양귀비, 아몬드......꽃이름만 들어도 달희샘 생각이 난다.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었으면, 자세히 오래 보고 싶은데 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그 생생한 장면들을 화면에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원하는 장면을 놓치고 흔들리고 번지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사진찍기를 포기했다. 길가와 언덕의 노란 민들레들 사이에 앙증맞게 피어있는 빨간 아네모네를 보면서는 나도 모르게 그만 ‘아! 아네모네에요~. 차 좀 세워주세요!’ 하고 외치고 말았다.

 

 

 

도로가에 심어진 '아네모네'.. 차의 속도 때문에 꽃이 잘 잡히지 않았다. 이스라엘로 들어서면서 안내인이 아네모네 얘길 해서 무지 찾고 있었는데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대부분 실패했지만 내 안타까움이 묻어있는 사진이기에 한 장을 그냥 올린다.

 

가이사랴 빌립보다. 지금은 돌을 떠낸 다음 방치해버린 채석장처럼 흉한 모습의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서있으나 예수님 당시에는 이곳이 갈릴리 지역 중심도시였고, 암벽 앞에는 로마황제를 모시는 신전과 목동의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그 유적이 있다. 그리고 신자들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이런 압도적인 장소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묻자, 제자 중 베드로가 이런 분위기에 기죽지 않고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입니다.’라고 고백을 했던 곳이다. 이곳은 요단강의 3대 발원지 중 하나로 바위 밑에서 물이 콸콸 솟아나고 있었다(이곳 전체가 암반으로 헬몬산에서 스며든 물이 여기서 솟아오른 것임). 이 물이 바니아스(이곳의 옛 지명)강을 따라 요단강으로 흘러들어간다. 그리고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텔 단이 있었다. 현재 이스라엘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이곳 역시 요단강의 발원지 중 하나로 땅속과 바위 사이에서 많은 양의 물이 솟아나 단강을 따라 요단강으로 흘러들어간다. 여기서부터 남편의 잔소리가 심해졌다. 내가 자꾸 주변 경관에 빠져 뒤쳐지다보니 신경이 쓰인 것이다. 

 

 


 바니아스 강 상류

 

 

-옛 판(목동의 신)신전 앞에서(오른 쪽이 로마 황제를 숭배하는 신전, 지금도 그 터가 남아있음) 

 

 

 


-앞 사진(판신전)의 배경 언덕이 모두 암반으로, 그 사이로 헬몬산에서 흐르는 물이 솟아오르고 있음

 

성지순례 출발 전, 내가 꿈꾸던 뒷동산을 산책하는 기분을 바로 이곳에서 경험했다. 콸콸 솟아오르는 시냇물, 연한 연둣빛 나뭇잎 이름 모를 풀꽃.......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을 바로 이곳에서 실감한다. 안내인의 설명을 한 개라도 더 들으려 바짝 따라다니는 일행들을 포기하고 맨 뒤에 혼자서 나무들을 풀포기들을 정신없이 쫓아다녔다. 그 날 오전 한나절이 내겐 순례에서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진정한 평화, 휴식, 가나안 땅, 그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순천 땅! 바로 그 곳인 것이다. 줄곧 보고 느낀 것이지만 단 지역에 올랐을 때 목적지에 다다를 때마다 사진 찍기에 바쁜 한국 순례객들과는 대조되게 큰 고목나무아래 모여 예배를 드리고 성경을 읽고 조용히 묵상하며 기도하는 외국인 순례객들의 모습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할 수만 있다면 차분하게 저렇게 다시 오고 싶다. 다음 일정 때문에 무언가에 쫒기듯 그렇게 말고 한 나절 쯤 한 곳에서 오래오래 머무르며 마음껏 묵상하고 깊이깊이 젖을 수 있도록...

 

 

 콸콸콸콸~ 그동안의 목마름이 한꺼번에 해소되는 듯 했다. 앞쪽 거품 물살을 더 잡았어야 했는데..^^

 

 


 티끌이 너무 신났다. 기운이 넘치고 발걸음도 가볍다. 한 나절이 어떻게 가버렸는지 모른다.

 

 

북조 이스라엘 왕 여로보암이 단지역에 세웠던 제단터에서 성경을 찾고 공부하는 외국 순례자들

 

 


한국 사람들이 옆에서 찰칵거리고 있을 때 성찬식을 하고 찬양을 하며 예배드리는 사람들.. 남편은 나중에 기획을 다시 해서 이렇게 오고 싶다는데 과연 성미 급한 한국 사람들이 그걸 좋아할 지 의문이다.^^

 

 

예수님의 동네 가버나움, 성벽위에 앉아 묵상에 잠긴 소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오늘 아침 새벽 예배에서 시편 말씀을 묵상하였다. 성경책 속에 나와 있는 감람나무 사진이 바로 눈에 띄고 내가 찍어온 올리브 나무 사진을 떠올리며 웃음을 짓는다. 아마도 이 자료는 같은 장소(겟세마네 동산)에서 오래 전에 찍은 사진인가 보다. 내가 찍어 온 고목 나무 줄기가 몇 배나 굵은 걸 보면.. 성경 속의 그림과 글들이 이제 좀더 생생하게 다가올 것 같다. 말로만 듣던 가버나움, 베들레헴, 나사렛, 갈릴리 호숫가.. 그 현장에 내가 잠시나마 서 있었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감격스러울 수가 없다. 시시때때로 시간을 거슬러 신약과 구약 속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 또한 감격이다. 목적지로 가는 길마다 꽃같이 생긴 것만 봤다 하면 달희샘 보여주려고 찍다가 맨날 젤 늦게 온다고 뭐라 하는 남편 눈치 봐가며 겟세마네 동산 근처에서 재빨리 사 온 올리브나무 십자가는 다시가서 몽땅 골라오고 싶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선물이다.

 

 

 

 

겟세마네 동산의 감람나무(올리브 나무), 그 모습이 세월의 무게감을 느끼게 해준다. 바로 이곳이 예수님이 자주 찾아와 기도하셨던 곳(마지막 기도의 장소이며 체포되었던 곳이기도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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