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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과 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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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장양식 댓글 0건 조회 14,036회 작성일 16-04-2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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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과 현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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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경치 여덟 개를 골라서 지은 시를 팔경시(八景詩)라고 합니다. 이는 중국에서 유래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에서까지 유행했던 시입니다. 많은 시인과 화가들이 제각기 추천한 장소, 혹은 그 장소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순간 여덟 개씩을 골라 시로 짓거나 그림으로 남겨두었습니다. 오늘날 전해오는 우리나라의 팔경시만 4천여 수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팔경을 고르는 유행이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고려 후기에 안축(安軸)이라는 시인이 강원도 삼척에 있는 죽서루(竹西樓)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경치 여덟 곳을 뽑아 각각의 시를 지었습니다. 이 죽서루에서 볼 수 있는 멋진 풍경 여덟 곳 중에 네 번째로 꼽은 곳이 냇물(오십천) 위로 놓인 흔들다리입니다. 흔들다리를 건너본 사람은 알겠지만 물결치는 여울 위로 흔들흔들 위태롭게 놓여있는 이 다리는 지나가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죽서루에서 이 다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시인의 시선입니다. 내용인즉 시인은 멀리 죽서루에서도 흔들다리를 건너는 사람이 외지인(나그네)인지 현지인지 대번에 짚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시인에게 특별한 신통력이 있거나 남다른 시력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나가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보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기가 쉽지 않아 조심스럽게 걷는 사람은 외지인, 평지를 걷듯 성큼성큼 거침없이 걷는 사람은 현지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외지인이 아무리 현지인처럼 꾸미고 있어도 왠지 어설프고 서툴러서 금방 표시가 납니다. 성경은 이 땅을 사는 신자를 가리켜 외지인, 혹은 나그네라고 합니다. 신자는 이 땅을 살아가는데 어설프고 서툴고 익숙하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땅에서의 삶을 현지인 못지않게 익숙하고 거침없이 살아가는 신자가 많습니다. 영적 나그네인 신자들의 현지인을 닮아가는 모습에 대하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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