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이 곧 불행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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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gathos 댓글 0건 조회 564회 작성일 24-11-09 10:55본문
행복의 조건이 곧 불행의 조건
중국 송나라 성리학의 대표적 학자 정이(程頤)는 인생에는 세 가지 불행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첫째는 소년등과(少年登科)로 너무 이른 나이에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인생의 쓴맛을 보지 못한 사람이 단번에 벼슬을 얻는다면 쉽게 나태해지고, 교만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석부형제지세(席父兄弟之勢)라고 하는데, 이는 권세 있는 부모형제를 두는 것을 뜻합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일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못하면 특권의식에 빠질 수 있으며, 어려움이 닥쳐도 끈기가 없어서 쉽게 포기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유고재능문장(有高才能文章)으로 재능이 뛰어나고, 문장력이 탁월한 것을 뜻합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인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만에 빠지고 우쭐하여 다른 사람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이는 위 세 가지를 인생을 내리막길로 이끄는 ‘인생삼불행’(人生三不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곧 불행의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정이(程頤) 지적한 불행의 조건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찍 출세하고, 부모형제 잘 만나 고생하지 않고, 재주 많고 똑똑한 것 누구나 바라는 것들 아닙니까? 하지만 일찍 출세하면 교만해지기 쉽고, 고생을 안 하면 나약해지기 쉽고, 재주가 좋으면 게을러지기 쉽기 때문에 불행의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여기는 것이 사실은 불행의 조건이라는 것입니다. 곧 인생의 병이 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경영의 신으로 불린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로 ‘가난, 허약, 무학’을 꼽았습니다. 남들이 보면 불행의 조건인데 말입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인생의 깊이와 인격적 성숙이 동반돼야 합니다. 이를 위한 소중한 자양분이 역경과 결핍입니다. 게다가 역경은 꿈을 품게 하는 계기가 되고, 결핍은 꿈을 이루는 동력이 됩니다. 신앙 안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특히 역경과 결핍은 도움을 기대하며 더욱 겸손히 기도하기에 하나님의 능력(은혜)이 머무는 자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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