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어른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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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agathos 댓글 0건 조회 8회 작성일 26-05-10 17:06본문
영적 어른이 되려면
수14:6~12
2026. 5/10. 11:00(어버이 주일)
어른이 없는 세상
윌리엄 골딩(W. Golding)이 쓴 「파리대왕」이란 소설이 있다. 이 소설은 ‘어른이 없는 세상’이 어떻게 처절하게 붕괴하는지 보여준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무인도에 6세부터 12세 사이의 소년들만 남게 되었다. 처음에는 랠프라는 소년을 대장으로 뽑고, 소라를 부는 사람이 발언권을 얻는 등 어른들의 세계에서 배운 규칙과 질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구조가 늦어지면서, 사냥을 주도하는 잭을 중심으로 한 소년들이 점차 야만적으로 변해 갔다. 결국 이들을 통제하고 보호해 줄 ‘어른’이 없는 고립된 공간에서 소년들은 질서를 파괴하고, 서로를 불신하며, 심지어 동료를 죽이는 비극에 이르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 해군 장교(어른)가 섬에 상륙하여 이들을 발견했을 때, 소년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야만에 복받쳐 울음을 터뜨렸다. 법과 질서, 도덕적 나침반 역할을 해줄 ‘어른’이 없을 때, 인간의 이성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고, 원초적인 폭력성만 남게 되는지를 경고한 작품이다. 사회를 지탱하는 정신적 어른의 존재가 왜 필수적인지 웅변하는 이야기다.
아프리카에 ‘어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라는 격언이 있다. 어른이 없는 세상은 도서관이 사라진 마을과 같다는 것이다. 지식은 넘쳐나지만, 그 지식을 어떻게 사용해야 공동체가 평화로울 수 있는지 가르쳐줄 ‘지혜의 보고’가 사라진 상태를 뜻한다. 세상은 어른이 없다고 탄식한다. 사실 어른이 없다는 탄식은 비단 오늘날만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여기서 어른은 나이 든 사람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삶의 무게중심을 잡아줄 영적 권위’를 의미한다. 이런 사람이 가정에도 교회에도 교계에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온갖 풍요를 누리고 있는데도 불행한 시대라고 말한 것이다. 금주가 어버이 주일이다. 이 뜻깊은 날에 삶의 무게중심을 잡아줄 영적 권위를 가진 ‘영적 어른’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한다.
영적 어른의 모델
다행이 우리 성경에는 좋은 영적 어른의 모델이 많이 나온다. 본문에 나온 ‘갈렙’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다. 그는 모세가 광야 40년 동안 자기 백성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왔고, 가나안 정복 시절에는 여호수아를 도와 가나안 정복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했던 사람이다. 비록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으나 주변을 잘 되게 했던 사람이 그다(Helpership-리더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돕고, 구성원이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뒷받침하는 자발적인 조력 정신-의 본보기). 본문에서도 가나안 정복을 마치고 땅을 분배할 때다. 다들 좋은 곳, 많은 것을 요구할 때, 스스로 험지를 요청하여 희생의 모범이 되었다. 사실 이런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이런 갈렙을 통해 영적 어른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알 수가 있다.
첫째,영적 어른은 말의 권위보다 ‘삶의 향기’를 지닌 사람이다.
유려한 언변이나 화려한 경력은 잠시 눈을 멀게 하지만, 진정으로 사람을 감동시키고 변화시키는 것은 그 사람의 일상이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정직하고, 맡겨진 일에 충성하며, 작은 생명과 일상의 소박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뒷모습은 백 마디 말보다 힘이 세다. 히브리적 관점에서 권위는 목소리를 높이는 데서 오지 않고, ‘향기 나는 삶’에서 온다. 이스라엘지혜서 「페르케이 아보트」(조상들의 어록)에 이런 말이 있다. ‘말은 적게 하고, 행함은 많이 하라.’권위를 뜻하는 ‘삼쿠트’(סַמְכוּת)보다 삶의 태도를 뜻하는 ‘데레크 에레츠’(דֶּרֶךְ אֶרֶץ)가 앞설 때 사람들은 그를 진정한 어른으로 대접한다.
갈렙이 그랬다. 그는 존재 자체가 주변에 선한 영향을 끼친 진정한 영적 어른이었다. 그는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아직 개척되지 않아 거인족 아낙 자손이 거주하고 있는 험지를 택하는 희생의 모범이 되었다. 사실 권위는 자리가 바뀌면 사라지지만, 삶의 향기는 그 자리를 떠난 뒤에도 공기 중에 오래도록 머뭅니다. 화려한 꽃은 눈을 즐겁게 하지만, 깊은 숲의 향기는 마음을 치유한다. 영적 어른은 짙은 향기를 품은 깊은 숲과 같은 사람이다. 삶이 아름다운 사람, 그래서 그가 머문 곳마다 영성의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이다. 갈렙은 순수한 이스라엘 혈통이 아니었다. 편입된 이방인 출신이었다. ‘그니스 사람 여분네의 아들 갈렙’(6, 민32:12), 여기서 ‘그니스’는 에돔 족속이었다(창36:11,15). 이런 그가 유다 지파의 대표가 되었다. 이것은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가를 웅변하고 있다.
둘째,다음 세대를 위해 기꺼이 ‘거름’이 되는 사람
영역 확대(장)는 만물의 본능이다. 자연계에서 영역은 곧 생존자원이다. 먹이, 식수, 그리고 안전한 번식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토(역)를 확장한다는 것은 더 많은 자원을 점유하고, 경쟁자로부터 내 유전자를 보호할 확률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전략이다. 그러므로 생명체에게 공간을 확보하고 넓히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번영을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이영역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영향력으로 치환된다. 그래서 인간은 누구를 막론하고 ‘자아 확장(대)’을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이것이 자신의 영향력을 결정하고,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은 자신이 발을 딛고 있는 땅만큼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영향을 미치고 이해하는 모든 곳까지 확장되어 존재한다.’ 인간이 왜 자기 확장에 모든 것을 쏟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말이다.
그런데 영적 어른은 자신의 영역, 혹은 영향력을 확장하기보다, 다음 세대가 더 높이 날 수 있도록 디딤돌이 되고, 어깨를 내어주는 사람이다. 당시 갈렙은 명실공히 여호수아 다음 가는 영향력을 가진 중요한 인물이었다. 얼마든지 자신의 영향력을 발휘하여 유리한 지역을 많이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거인족이 아직도 살고 있는 험지 헤브론을 요청했고, 그곳을 개척하여 훗날 다윗의 터전을 닦았다. 자신의 영광이 아니라 타인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여 헌신하는 성숙함을 보였다. 다음 세대를 꽃피우는 토양(거름)이 된 것이다.
판단 없이 곁을 내어주는 ‘정박지’ 같은 사람
많은 사람이 조언보다 ‘수용’을 갈망한다. 거창한 말로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상대가 쉴 곳이 되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의 잣대로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힘들었지?’, ‘그동안 참 애썼다!’라며 고통의 무게를 함께 견뎌주는 사람을 찾는다. 마치 폭풍우 치는 바다에서 배가 잠시 머물 수 있는 정박지처럼, 그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라는 안도감을 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영혼을 쉬게 하는 안식처가 되어주는 이런 사람을 갈망하고, 이런 사람 곁에 있고 싶어 한다. 이런 사람이 진정한 영적 어른이다. 우리는 이런 어른을 찾고 기다린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어른을 간절히 찾는 이유는, 우리 내면에 ‘그렇게 살고 싶다.’라는 갈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어른을 찾기보다 내가 이런 어른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를 향한 주님의 마음이다. 사실 주님은 우리에게 기다리거나 찾지 말고 네가 그 사람이 되라고 항상 말씀하신다. 즉, 다른 사람에게 요구하지 말고 네가 그런 사람이 되라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가장 쉽고,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다음 세대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세대가 갈렙과 같은 좋은 영적 어른이 되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함께 있고 싶은 정박지와 사람, 삶의 향기가 나는 사람, 기꺼이 헌신하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 자녀를 영적 어른으로 길러내는 것이다. ‘어른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말씀과 기도의 시간을 통과하며 빚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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